‘라임 전주’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측근인 김모(58·구속)씨가 재향군인회 상조회 계좌에서 한 법무법인에 보내둔 152억원을 최근 빼낸 것으로 전해졌다. 향군상조회는 라임자산운용이 연관된 컨소시엄이 지난 1월 인수해 지난달 보람상조에 재매각한 곳인데, 이 2개월 사이 290억원의 자금이 사라진 사실이 앞서 드러났었다. 김씨를 구속한 검찰은 이른바 ‘라임 일당’이 여러 법인에서 유출한 자금의 흐름을 분석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람상조는 향군상조회에서 유출된 290억원 가운데 152억원가량이 서울 강남의 B법무법인에 보증금 형식으로 흘러간 일을 파악했다. 보람상조는 지난달 4일 향군상조회 인수 컨소시엄으로부터 향군상조회 소유권을 넘겨받은 이후 실사(實査)를 거쳐 이러한 자금흐름을 뒤늦게 알게 됐다. 또 실사 결과 약 46억원은 대여금·판매촉진비 등의 명목으로 마케팅·금융컨설팅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법인 2곳으로 흘러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2곳은 이종필(42) 전 라임 부사장의 운전기사로 일하며 그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 성모(28·구속)씨가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곳이다.
보람상조는 이렇게 빠져나간 자금 중 B법무법인이 보관하던 152억원을 김 전 회장의 측근 김씨가 빼냈다는 사실까지 최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향군상조회 인수 컨소시엄이 향군상조회를 보람상조에 재매각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자 잠적한 김 전 회장은 지난달까지도 ‘왓츠앱’으로 주변에 연락을 취했는데, 향군상조회 재매각을 독려하는 내용이었다.
보람상조는 지난달 60억원의 웃돈까지 얹어 향군상조회를 사들였다. 자산 290억원이 사라진 사실은 매입 과정에서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보람상조는 사기 혐의로 김 전 회장 측 인사들을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현재 고소인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B법무법인은 라임 일당의 횡령에 얽혔다는 의혹을 받기 시작했다. B법무법인은 향군상조회의 돈 152억원을 보관하기 이전인 지난 1월에도 스타모빌리티의 돈 317억원을 에스크로(제삼자 중개) 형식으로 보관했었다. 이 317억원 역시 김씨에게 빠져나갔다. 사안을 아는 관계자들은 이 같은 흐름이 모두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김씨 주도로 이뤄졌다고 본다. B법무법인은 김씨가 향군상조회를 보람상조에 재매각할 때 조력하기도 했다.
법조계는 라임 일당의 ‘기업사냥’ 전모를 밝히려는 검찰이 김씨의 진술을 듣는 한편 B법무법인의 역할에 주목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스타모빌리티가 김 전 회장 등의 횡령액으로 파악한 금액은 517억원이다. B법무법인이 김씨에게 내준 317억원, 김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 제주스타렌탈 인수 계약 과정에서 날린 200억원을 합친 것이다. B법무법인은 국민일보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나성원 구승은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