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과 중3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개학’이 8일로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온라인 수업 시스템이 아직도 잘 갖춰지지 않아 학교 현장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온라인 개학 전 시범수업을 진행했지만 서버가 다운되면서 학생들이 혼란을 겪었다. 중3인 이모(15)양은 지난 7일 태블릿PC로 시범수업을 들으려고 ‘e학습터’ 로그인 버튼을 수차례 눌렀지만 접속할 수 없었다. 학생 수백명이 동시에 접속하면서 서버에 과부하가 걸린 탓이다. 이양은 버튼을 ‘광클’하고 간신히 ‘e학습터’에 접속했다.
수업 진행도 우왕좌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양은 1교시 수업으로 ‘EBS 강의를 수강한 뒤 과제를 제출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런데 정작 강의에 접속하는 경로가 공지되지 않아 20여분을 헤맨 후에야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남은 수업시간은 20분. 수업 종료 10분 전에 과제를 제출해야 했지만 수업을 절반가량 놓친 이양은 과제를 내지 못한 채 1교시를 마쳐야 했다.
오프라인에선 5분이면 끝날 아침 조회도 온라인에선 한세월이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고3 학생 이모(18)양은 “어제 구글 클래스로 아침 조회를 실시간으로 진행했는데 각자 접속이 연결됐다 끊겼다 불안정해서 30분 넘게 걸렸다”며 “수업은 실시간이 아닌 이상 어떻게 찾아 듣더라도 아침 조회가 매일 길어질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온라인 개학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고3과 중3 자녀를 두고 있는 한 학부모는 “온라인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지 불안해 아이들이 시범수업 듣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학생이 EBS클래스에 접속하면 선생님이 승인을 해주는 과정이 있는데 로그인도 어렵고 인터넷 화면도 계속 안떠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범수업 때도 이렇게 먹통이면 당장 내일 전국 학생들이 EBS로 몰리면 출석 체크도 못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일선 교사들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게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비를 다루는 기술도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업을 제작해 올려야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 류모씨는 “15분짜리 수업 영상을 EBS에 올리는데 하루종일 걸렸다. 영상을 아예 올리지 못한 교사들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교사 박모씨 역시 “장비가 부족해 실시간 수업은 꿈도 못꾼다”며 “자체 제작에도 어려움을 겪는 선생님들은 어쩔 수 없이 기존 EBS강의를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도 교사도 온라인 수업이 실제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고3 수험생 이양은 “학생들은 이미 외부 사교육 강의에 익숙한데, 급조한 학교 수업에 7시간 넘게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교사 류씨는 “현장에서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지만 플랫폼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등 아이들에게 일일이 공지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우진 황윤태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