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아파트 전세 물량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주거용 오피스텔 전세가율도 덩달아 치솟는 상황이다. 시장이 아파트 매매를 미루고 전세거래를 통해 관망세에 들어간 탓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고 정부 부동산정책으로 규제가 잇달면서 시장에 불안과 기대감이 동시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4억607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에는 전셋값 평균이 4억3908원이었는데 매달 꾸준히 올라 4억6000만원대를 넘어섰다. 특히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전셋값 평균은 6억6797만원에 달했다.
업계에선 아파트를 사지도 팔지도 않겠다는 시장의 의지가 전셋값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본다. 서울은 강남을 중심으로 최근 수개월간 아파트 매매거래가 줄었다. 정부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양도세 중과와 코로나19 사태 변수가 매매가격을 더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 아파트에 터를 잡고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전세 물량이 줄어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집을 안 사게 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보유세 인상 등 정부 부동산 규제도 큰 영향을 줬다”며 “집을 살 수 있음에도 안 사는 사람들이 많으면 주택공급량이 늘어도 전셋값이 안정되긴 힘들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중과를 앞두고 부담을 덜기 위해 전셋값을 높이거나 반전세, 월세 비중을 높인 것도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권 팀장은 “아직 세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많지는 않겠지만, 부담이 장기화하면 세입자들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 아파트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주거용 오피스텔 전세가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한국감정원 시세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오피스텔의 전세가율은 2018년 1월 이래 최고치인 80.5%였다. 수도권(81.06%)과 경기(84.02%), 인천(78.7%), 대전(83.34%), 세종(77.92%), 대구(81.71%), 지방(78.17%)도 높았다.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서울 강북 등에서 갭투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글로벌경제 추이를 지켜보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셋값은 실수요를 반영하기 때문에 거시경제가 안 좋아지면 수요가 줄어들어 곧 조정이 올 수 있다”며 “코로나19 문제가 당장 해결된다면 전셋값이 계속 오를 수 있겠지만 사태가 지속되면서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주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