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사태 선언 기자 회견에서 한 발언이 일본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7일 아베 총리는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정부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도쿄도 등 7개 지역에 한 달간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현재 일본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봉착했지만, 이번에는 아베 총리의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한 외신기자의 질의응답에서 나왔다. 기자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이 실패하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베 총리는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해서 이 사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고 책임 회피성 답변을 한 것이다.
일본 네티즌들은 아베 총리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책임지지 않는 지도자는 필요 없다”며 공분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 영상의 댓글에는 “그만둬라 아베 신조, 가소롭다” “긴급 사태 선포는 신뢰가 전부인데, 아베는 그 점에서 최악이다” “얼굴도 보기 싫다. 그 얼굴에 마스크 두 장 써라” 등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들이 쏟아졌다. 해당 영상은 조회 수가 115만건을 넘어섰다.
다만 아베 총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를 옹호하는 댓글들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이탈리아 기자가 자기네 나라에서 몇 명이 죽은 지 모르는 듯 감히 그런 질문을 하다니” “동일본 대지진도 버틴 일본이다. 정부의 발표도 일리가 있다” “다 함께 힘내자” 등의 댓글들도 있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미국의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발언과 비교된다는 네티즌도 있었다. 쿠오모 주지사는 지난달 20일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며 “누군가 불행을 겪고 있다면 그리고 겪는다면 나를 탓하라”고 말하며 자신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베 총리의 긴급사태 선언이 강제력이 없어서 효과가 미지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미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시부야 겐지(澁谷健司)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KCL) 공중위생연구소장은 지난 4일 민영 방송사 뉴스 네트워크인 NNN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감염 폭발의 초기 단계에 들어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지난주에 (긴급사태를) 발령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요코쿠라 요시타케(橫倉義武) 일본의사회 회장도 “정말 속도감 있게 대응해달라고 줄곧 부탁했는데 겨우 이뤄졌다”며 긴급사태 선언이 너무 늦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