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인 중국 우한에 대한 봉쇄 조치가 풀리면서 고속도로 톨게이트와 기차역, 공항 등에는 타지로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후베이성 정부는 8일 오전 0시를 기해 우한에서 외부로 나가는 교통 통제를 해제했다.
시간에 맞춰 교통 통제가 풀리고 경찰관들이 톨게이트를 막고 있던 바리케이드를 치우자 차량들이 일제히 고속도로 진입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일부 톨게이트 앞에는 통제가 해제되기를 기다리며 갓길에 주차한 차량이 3㎞나 늘어서기도 했다.
한 운전자는 전날 오후 4시쯤 우한의 궁자링 톨게이트에 도착해 맨 앞 줄에 차를 세워놓고 기다리다 통제가 풀리자 첫 번째로 톨게이트를 통과했다.
인근 황강시에 거주한다는 그는 “아내와 아이는 춘제(春節·설) 전에 설 쇠러 황강시로 갔고, 나는 우한에서 일을 끝내고 1월 23일 차를 몰고 나가려고 했는데 그날 봉쇄령이 내려져 생이별을 했다”며 “차를 몰고 40분이면 도착하는 곳을 가는데 76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우한열차와 국내선 항공편도 운행을 재개했다.
예측 조사 결과 봉쇄 해제 첫날인 이날 열차를 이용해 우한을 떠나는 사람만 5만5000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40%는 중국의 제조업 중심지인 주장(珠江) 삼각주 지역으로 떠나는 승객이었다.
우한의 첫 열차는 오전 7시 6분에 난닝으로 출발하는 열차였으며, 베이징과 상하이행 열차도 만원 상태로 운행했다. 중국 SNS에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기차역과 거의 만석인 열차 내부 사진도 올라왔다.
우한 공항에서는 오전 7시24분 49명의 승객이 탑승한 중국 동방항공 하이난행 항공편을 시작으로 운항이 재개됐다.
동방항공 측은 운항 재개를 축하하며 승객들에게 후베이 특산품을 선물하기도 했다. 열차와 자동차, 항공편을 이용해 우한을 떠나는 사람 수는 최소 6만5000명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우한은 지난 1월 23일 이후 76일간 봉쇄 상태에 있었다. 봉쇄가 풀리면서 휴대전화에 건강을 증명하는 ‘녹색 건강 코드’를 소지하면 우한 밖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우한시는 다른 지역과 통행을 막아온 75개 통제 지점을 철거했으나 검문검색 등 방역 조치는 계속하기로 했다.
후베이성 코로나19 방역지휘부는 7일 밤 공지를 내고 “외출을 최대한 줄여 필요하지 않다면 단지 밖으로, 도시 밖으로, 성 밖으로 나가지 말아야 한다”며 “국가 기관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출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후베이성은 우한 봉쇄를 해제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며 “봉쇄 해제는 방역 해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한시는 최고 등급인 1급 방역 체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각 주택 단지에 신분증 확인, 출입자 기록, 체온 측정, 마스크 착용 등 폐쇄식 관리·통제도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우한시는 관내의 초·중·고교와 대학 등 모든 학교의 개학도 계속 연기하기로 했다.
수도 베이징시는 우한에서 돌아온 사람들에 대해 우한 출발 전과 베이징 도착 후 각각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거친 뒤 의학 관찰을 받도록 하는 등 엄격한 관리를 하기로 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