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조양호 회장 1주기…‘남매 다툼’ ‘코로나’ 파란 겪는 한진

입력 2020-04-08 16:01 수정 2020-04-08 16:04
8일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에 있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산소에서 가족 및 한진그룹 관계자 90여명이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한진그룹 제공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도산 위기에 떨고 있는 8일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 큰 획을 그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망 1주기를 맞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한진그룹은 어느 때보다도 격동의 시간을 겪고 있다. 아들과 딸이 경영권 다툼을 본격화했고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감염병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한진그룹은 이날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에 있는 고 조 회장의 산소에서 사망 1주기 추모행사를 열었다. 고 전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와 자녀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을 포함해 그룹 관계자 90여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다툼 중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고 조 회장은 1949년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나 1992년 대한항공 사장에 오른 뒤 2003년 한진그룹 회장 자리에 앉았다. 한진그룹은 “고 조 회장은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보유 항공기를 매각하는 대신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고,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진 2003년에는 오히려 차세대 항공기 도입의 기회로 보고 A380 항공기를 구매했다”며 “유일무이한 국내 항공산업의 전문가이자 세계 항공업계로부터 존경받는 리더로 자리매김한 이유”라고 추모했다.

그러나 그의 말년은 좋지 않았다. 2014년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터진 데 이어 2018년엔 차녀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이 발생해 한진가(家) 일가 전체가 국민의 비난을 받았다. 또 각종 상속세 탈루,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돼 사망 직전까지 검찰 수사를 받았었다.

고 조 회장이 사망한 이후 한진그룹은 여러 혼란에 휩싸인 상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해 온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과 손 잡고 조원태 회장을 공격하고 있다. 부인인 이명희씨는 직원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7일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

회사의 가장 큰 위기는 역시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영 악화다. 대한항공은 국제선 운항 횟수가 90%가량 감소한 여파로 최근 국내 전 직원을 대상으로 6개월 순환 휴직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