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평균 TV 시청 시간이 크게 늘었지만 봄 콘텐츠는 유독 부진하다. tvN ‘반의반’, KBS ‘어서와’,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모두 한류 스타를 전면에 내세우고 황금 시간대를 꿰찼지만 시청자 선택을 받진 못했다.
tvN 월화극 ‘반의반’에는 ‘로맨스 장인’ 정해인이 출연한다. 하지만 최근 시청률은 1.3%로 곤두박질쳤다. 인공지능(AI)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도입했지만 극에 녹아들지 않아 이질적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AI로 기억에 대한 고찰을 풀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줄거리가 복잡해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인물 관계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서사의 개연성은 부족하다. 서울에 사는 지수(박지현)가 노르웨이 숲으로 떠났을 때, 장면은 아름다운데 왜 떠났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전체적인 그림이 안 드러나 불친절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며 “섬세함은 좋지만 납득이 안 되니 몰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KBS 2TV ‘어서와’는 지상파 황금 시간대라는 강점에도 시청률은 1%대를 맴돌고 있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이 겪는 소소한 일상이 고양이 홍조로 변화하는 내용이다. 동명의 웹툰을 드라마로 각색하면서 극적 요소를 추가했지만 부작용이 생겼다. 원작이 주는 고유의 분위기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고양이를 중심으로 펼쳐질 수 있는 다양한 서사 대신 남녀 간 오해를 푸는 데 시간을 오래 소비한다거나, 고양이와 정서적 교류를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스릴러식 연출을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배우 서강준, 박민영을 앞세웠지만 시청률은 1~2%대를 오간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두 주인공이 상처를 보듬으며 성장하는 이야기인데, 인물의 감정으로만 극을 이끌어 시종일관 잔잔하다.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결정적 갈등 요소 없이 전개돼 지루하다는 평이 나온다.
부진 이유는 단순 멜로에 그쳤기 때문이다. 흡인력 있는 소재가 부재하고, 그나마 차별점이라고 여겨졌던 요소는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서정적인 전개로는 지금 시청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주 시청자인 30~50대 여성의 관심사는 더 이상 사랑이 아니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 주 시청자는 더 이상 단순 연애물에 환호하지 않는다”며 “드라마에 여러 장르가 도입되는 이유는 주 시청자의 관심사가 사랑에서 사회적 성공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연애물이라도 이야기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정치, 추리, 복수, 경제 등 새로운 소재와 반전 요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