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운동선수 40%, 성폭력 “겪거나 봤다”

입력 2020-04-08 15:40

제주도 운동선수의 40%가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성폭력 피해를 직접 당하거나 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8일 제주도의회 정책연구실은 제주도체육회와 제주도장애인체육회가 공동 주관한 제주도 운동선수 폭력피해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제주여성인권상담소 시설협의회가 맡아 지난해 11월 11일부터 12월 11일까지 도 체육회 등록선수 230명과 도 장애인체육회 등록선수 216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제주지역 운동선수들에 대한 폭력 실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도 체육회 운동선수의 40%가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성폭력 피해를 입거나 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형을 보면 성적인 비하나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행위(25.4%), 성별 또는 성적 정체성에 대한 모욕이나 괴롭힘 혹은 비유하는 별명 부르기(21.5%), 일방적인 메시지·문자·전화 등을 보내는 행위(15.4%), 훈련의 내용과 관련 없는 신체적 접촉 행위(13.2%) 등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정한 신체 분위를 보여달라고 요구하거나 만지고(5.3%), 자신의 특정 부위를 고의로 노출하거나 만지는 행위(5.7%)도 확인됐다.

반면 도 장애인 체육회의 경우 성폭력 목격·경험 비중은 2.6%로 도 체육회 선수들보다 피해 비율이 낮았다.

도의회 정책연구실은 제주 지역의 심각한 운동선수 폭력 실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폭력피해 실태조사 정례화, 폭력 예방 교육 프로그램 상시화, 폭력피해 신고 및 상담 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김태석 도의회 의장은 “체육 선수들은 상명하복의 수직적 질서 속에서 여러 종류의 폭력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며 “범도민 차원에서 체육계의 폭력 재생산 구조와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