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대 직원 “총장직인은 늘 빨간인주로”…정경심 “이상하네”

입력 2020-04-08 15:19

“총장님 (상장) 나가는 건 컬러프린트로 나간 건 한 번도 없다. (직인 부분은) 빨간색 인주로 항상 찍는다. 그래서 인주 묻어 있는 부분을 손으로 문질러보면 지워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8일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검찰이 공개한 녹취내용 중 일부다. 이 발언은 박모 동양대 교원인사팀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전날인 지난해 9월 5일 정 교수와 통화하던 중 나온 것이다.

검찰은 이 녹취를 정 교수의 사문서 위조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본다. 정 교수는 아들의 동양대 총장 명의 상장을 스캔해 직인 이미지 파일을 오려낸 다음 딸의 표창장에 덧붙이는 방식으로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녹취에 따르면 정 교수는 박 팀장에게 총장 직인이 어떻게 찍히는지 집요하게 물었다. 정 교수는 “이런 가능성은 없는 거죠? 이미지를 가져다 엎어가지고 찍거나 그럴 가능성은 아예 없는 거죠?”라고 캐물었다.

그러자 박 팀장은 “누가 악의적으로 직인 대장의 도장을 스캔해서 얹을 수는 있겠죠. 포토샵 같은 것으로 해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빨간 인주로 항상 찍어나간다. 인주 묻어있는 부분을 손으로 문지르면 지워지지 않느냐”며 “총장님 (명의로) 나가는 거는 컬러프린트로 나가는 건 절대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박 팀장의 명확한 답을 듣고도 인주에 대한 질문을 반복했다. 정 교수는 “흔히 쓰는 그 인주는 아니죠”라고 되물었다. 박 팀장은 다시 “빨간색 인주다. 여자들 립스틱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정 교수는 “그래요? 이상하네”라고 말했고, 박 팀장은 “그걸로 다 찍어서 나간다”고 재확인했다. 박 팀장의 확언을 들은 정 교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낮게 “아...”라고 소리를 냈다.

의아하게 여긴 박 팀장은 “어떤 건 때문에 그러느냐”고 되물었다. 정 교수는 “수료증이 하나 있는데, 내가 딸 보고 좀 찾아가지고 그 인주가 번지는지 좀 봐라 이렇게 물어봤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잠시 침묵한 뒤 “안 번진다고 그래서요. 이해가 안 가서”라고 얘기했다. 이에 박 팀장은 재차 “모든 상장은 인주로 된 도장을 찍어서 나간다”고 못박았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했다면 증인에게 인주가 번지는지 여부를 물어볼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정 교수가 딸의 표창장을 정상 발급 받았는데도 직인 부분이 번지지 않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질문했을 수도 있다는 취지다. 박 팀장은 “그에 대해선 판단을 안 해봤다”고 답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