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코로나19 비상…광저우 ‘아프리카타운’,극동 중·러 세관 폐쇄

입력 2020-04-08 14:59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중국 광저우 아프리카인 밀집지역.SCMP캡처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아프리카인 밀집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 조짐을 보이자 당국이 지역을 폐쇄하는 등 출입 통제에 나섰다.

러시아와 접경인 헤이룽장성은 육로를 통해 러시아에서 확진자가 대거 유입되자 세관을 폐쇄하는 등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아프리카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광저우 웨슈구 쾅취안 지역에서 최근 나이지리아인 5명을 포함한 1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광저우 보건당국은 방역 활동의 일환으로 최근 코로나19 고위험 국가에서 왔지만 지정 격리되지 않은 외국인 3779명을 선별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이지리아인 5명의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당국은 이들 나이지리아인 5명 가운데 4명의 감염은 쾅취안 지역에 있는 한 음식점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지역 상가를 폐쇄하고 출입 통제에 나섰다. 이들과 밀접 접촉한 197명도 격리 조치됐다.

광저우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463명으로 비교적 안정세이지만 최근 해외 역유입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111명이 해외 역유입 사례이고, 이 가운데 16명이 아프리카 출신이다.

광저우는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에서 많이 찾는 무역 의류 중심지이며, 쾅취안 지역은 의류, 신발 도매시장과 가깝고 아프리카인이 밀집해 ‘리틀 아프리카’로 불린다. 광저우에는 11만 명의 아프리카인이 거주하고 있다.

쾅취안 지역의 한 환경미화원은 “지난 4일부터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고, 14일 동안 폐쇄될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며 “평소에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사실상 봉쇄됐다”고 말했다.

인근 시장 경비원은 “건강 증명서를 소지한 중국인만 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의류와 신발 무역을 위해 광저우로 왔다는 한 나이지리아 상인(27)은 “입국 후 14일간 3556위안(약 61만원)을 호텔에 내고 격리 생활을 했는데 이제 어느 호텔에서도 받아주지 않고 항공편도 끊겨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역유입이 늘어나자 폐쇄조치된 헤이룽장성 쑤이펀허 세관.웨이보캡처

중국 정부는 러시아 극동지방을 거쳐 중국으로 유입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르자 국경 세관을 통한 여객 이동을 차단했다.

헤이룽장성 정부는 중·러 양측이 합의를 통해 7일부터 쑤이펀허 세관의 여행객 세관 검사 통로를 닫기로 했다고 밝혔다.

헤이룽장성은 중국인들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항공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간 뒤 기차·버스 등 육상교통을 이용해 이곳으로 들어오면서 5~7일 사흘 연속 역외 유입 확진자가 20명을 넘겼다.

7일 기준 역외에서 헤이룽장성으로 유입된 누적 확진자는 86명에 이르고, 역외 유입 무증상감염자도 144명으로 집계됐다.

쑤이펀허시는 8일 오전 6시(현지시간)부터 모든 주거 구역에 대한 봉쇄식 관리에 돌입, 사흘에 한 번씩 가구당 한 명만 외출을 허용하는 등 통제를 강화했다.

헤이룽장성 헤이허시도 지난 4일부터 중·러 세관의 여행객 심사를 중단했고, 푸위안의 세관도 문을 닫았다.

장한후이 러시아주재 중국대사는 7일 CC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비행 후 다시 육로로 쑤이펀허 세관까지 오는데 총 10여 시간 걸린다”며 “이동과정에서 감염이 우려되는 만큼 입국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 대사는 “극동의 중·러 세관의 여행객 세관심사는 이미 모두 중단됐다. 화물만 운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귀국 전세기 투입 여부와 관련, “러시아에 있는 중국인이 16만명 정도인데 단기간 내에 이처럼 많은 중국인을 귀국시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