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온 스크린’ PD “영상 하나에 1억, 세계적으로도 돋보이죠”

입력 2020-04-08 14:50 수정 2020-04-09 18:14
신태연 PD. 예술의전당 제공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방구석 1열’에서 즐기는 ‘랜선 공연’ 여럿이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선보였다. 예술의전당이 지난달 20일부터 선보인 ‘싹 온 스크린’ 유튜브 스트리밍 사업은 그중에서도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약 일주일 만에 누적 조회 수 15만회, 실시간 접속자 수 1만5000명을 넘길 정도였다. 호응에 힘입어 이달 3일까지 스트리밍 기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화제를 모은 건 실제 공연을 방불케 하는 생생한 영상과 음향이었다. 객석에서 단조롭게 촬영한 일반 공연 영상과 달리 클로즈업과 풀샷, 롱테이크 등 기법을 활용한 입체적 시퀀스가 돋보였다. 2015년부터 예술의전당에서 공연 영상화 사업을 담당한 신태연(32) 제작PD는 8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싹 온 스크린’은 영화관 상영을 전제로 한 작업이기에, 고화질·고음질의 영상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촬영 시에는 영화용 4K 카메라와 5.1 채널 음향을 고집한다. 5.1 채널 음향은 서라운딩 형태로 청취 생동감을 극대화한다. 4K 카메라는 TV 예능에 사용되는 일반 중계용 카메라와 달리 색을 덧입히는 등의 후반 작업이 필요한 고품질 촬영 장비다. 투입 장비 양도 상당하다. 가령 오페라 ‘마술피리’는 카메라 15대와 핀마이크 50개를 포함한 마이크 100대, 이번 스트리밍 기간에 선보인 연극 ‘보물섬’은 7대의 카메라가 동원됐다. 카메라 1대당 3~4명의 인원이 필요해, 연출·녹음·후반 작업 인원까지 다 합치면 때로 60명 이상이 투입되기도 한다.

감각적인 영상을 위해 촬영도 2~3회차를 거듭한다. 공연을 객석에서 원테이크로 촬영한 뒤 작품 성격에 따라 클로즈업이나 추가 촬영을 진행해 영상에 삽입하는 식이다. 음악을 정교히 담아야 하는 클래식은 악기군별로 마이크가 세팅되고, 후반 작업에 음향 전문인력이 총동원된다. 실내 악단 노부스 콰르텟의 공연 실황은 녹음만 7번이 진행됐다고 한다. 신 PD는 “그렇게 촬영된 데이터를 모으면 편당 10테라바이트 이상이 된다. 이를 편집·보정해 완성본을 만들기까지 4~7개월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후반 작업에서는 영상에 잘 담기지 않은 발걸음 소리 등을 추가하는 효과음 작업도 함께 이뤄진다.

고급 촬영 장비와 대규모 인력이 동원되는 만큼 편당 제작비가 상상 이상이다. 공연 장르와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실제 공연 제작 못지않은 예산이 들어간다. 신 PD는 “한 편에 평균 1억원이 들어가고, 큰 규모의 공연은 3억원 이상도 들어간다. 대형 뮤지컬은 저작권 비용만 1억이 넘는 때도 있다”고 전했다.

공연 무대를 영상에 담아 전국 스크린과 문화시설에 무료로 배급하는 ‘싹 온 스크린’ 사업은 2013년 처음 시작됐다. 현재까지 40편 정도가 제작됐는데, 해외에서는 비슷한 사업들이 10여년 전부터 선보였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의 ‘메트: 라이브 인 HD’나 영국 국립극장의 ‘NT 라이브’가 대표적이다. 신 PD는 “우리 작품들은 세계 유수의 공연 영상화 사업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후반 작업까지 이렇게 공을 들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자신했다. 수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사업이라는 점도 ‘싹 온 스크린’의 매력이라고 했다.

“‘싹 온 스크린’ 영상들이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시민들에게 힘이 된 것 같아 기뻐요. 특히 ‘영상을 보니 실제 공연도 너무나 보고 싶어졌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앞으론 영상과 공연이 서로 시너지를 내는 관계로 발전할 것 같습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