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숙(1920~1989)은 ‘한국 근대춤의 아버지’ 한성준의 손녀이자 수제자 그리고 홀춤(독무)으로 처음 인간문화재가 된 거장이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행사가 이어진다.
한영숙춤보존회는 ‘한영숙춤, 역사 그리고 창조’를 오는 22~24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22일 개막식에서는 살풀이·승무·태평무 등이 공연되고 24일 본공연에는 액막이춤인 ‘숨-푸리’, 오행과 오방의 의미를 재해석한 ‘오방 북놀이’ 등이 무대에 오른다. 학술대회, 묘소참배 등 다양한 행사도 열리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에 따라 전체적으로 축소됐다.
충남 홍성군 출신인 한성준은 세습무가였던 외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춤과 북장단 등을 배웠다. 젊은 시절엔 남사당패 등과 어울리며 전국의 다양한 민속예능을 터득하고 기생들의 전통춤과 교방춤을 접했다. 그는 혼란스러운 일제 시대에 흩어져 있거나 사라져가는 한국 전통춤을 집대성했다. 태평무, 승무, 학무, 단가무, 검무, 한량무, 살풀이춤 등이 바로 그의 손을 통해 현대에 전해지게 됐다.
한성준의 춤을 고스란히 계승한 인물이 한영숙이다. 한영숙은 13세 때부터 할아버지에게 춤을 배우기 시작해 1937년 10월 서울 부민관에서 열린 한성준무용발표회를 통해 데뷔했다. 한성준의 춤을 원형에 가깝에 계승한 그는 1969년 ‘승무’, 1971년 ‘학무’로 각각 인간문화재(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인간문화재 제도가 생긴 이후 한국 전통춤에서 독무로 인간문화재가 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한영숙은 1960년대부터 한국 전통춤을 세계에 알리는데도 적극적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폐막식에서는 ‘살풀이춤’을 공연해 세계인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또한 그는 이애주, 정재만 등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그는 한국 무용사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비해 대중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한영숙춤보존회는 “한성준 춤 계승자인 한영숙 선생을 기리고 널리 알리는데 이번 행사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