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2017년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등 야권 캠프를 사찰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무사의 사찰 대상에는 언론사도 포함됐다.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11월 제보를 받아 입수한 기무사 ‘정보융합실 대외보고자료’ 문건 중 정치 개입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는 문건 42건의 목록을 8일 발표했다. 이 문건 중 32건은 국방부 장관에게, 8건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보고됐다. 국가정보원장, 각 군 참모총장에게 제공된 문건도 1건씩 있었다.
발표된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19대 대선을 1~2개월 앞둔 2017년 3월부터 4월까지 야권 캠프를 사찰해 관련 내용을 국방부장관에게 보고했다. 보고된 문건엔 ‘문재인의 문민 국방부 장관 고려 가능성 회자’ ‘문재인 캠프의 국정원 개혁 구상 복안’ ‘최근 안철수 캠프 내부 분위기’ 등이 담겨있었다. 해당 문건은 모두 내부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언론사의 동향도 기무사의 사찰 대상이었다. 기무사는 비슷한 시기 ‘언론의 최순실 군 개입 의혹 관련 취재설(說)’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향후 행보 전망’ 등의 문건을 만들어 보고했다. 또 야권 의원과 이들을 지지하는 예비역 장성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또 2017년 2월에는 ‘대선 주자 부대 방문 관련 특단의 대책 필요’, 3월에는 ‘대선후보 인수위 구성법 발의에 대응 필요’라는 문건을 만들어 보고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센터는 지난해 11월 이 문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국방부는 이를 비공개 처분했다. 이에 센터는 “해당 문건에 대해 ‘정보부존재’ 처분이 아닌 ‘비공개’ 처분을 내려 문건이 실제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지난달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 비공개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센터는 기무사가 당시 여권이었던 보수정당은 사찰하지 않았다며 이는 불법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목록에 따르면 기무사는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찰도 벌이지 않았다. 또 문재인·안철수 캠프에 대한 문건은 캠프에 내부자가 있지 않고서는 알아내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이는 명백한 불법 선거 개입으로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기 충분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이 이런 문건을 2018년 기무사 계엄 문건 수사 당시 확보하고도 침묵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은 기무사를 통한 행정부의 선거 개입을 검찰이 은폐한 정황을 확인하고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19대 대선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의 조직적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즉각적인 수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며 “검찰이 왜 의혹을 수사하지 않고 은폐했는지 법무부도 감찰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이홍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