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1만2000명을 돌파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신과 각을 세우는 행정부 감찰관을 맹비난하고, 돌연 인사발령을 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예산 집행을 감시하고, 병원의 물자 부족을 지적하는 감시견 역할을 하다 졸지에 자리를 잃었다.
7일(현지시간) 폴리티코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글렌 파인 국방부 감찰관 대행에 게 국방부 부감찰관으로 복귀하도록 직무 교체를 통보했다. 지난달 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 책임위원회 위원장으로 추천된 그는 행정부의 코로나19 경기부양 예산의 낭비와 남용을 감독할 예정이었지만 이례적으로 교체된 것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독립적인 위치에서 행정부를 감시·감독하는 감찰관에 대해 인사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파인 대행에 대한 갑작스러운 교체는 법적, 애국적 직무를 수행하는 독립적인 감독관들에 맞서는 대통령의 충격적인 보복 패턴의 일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폴리티코는 파인 감찰관 대행 교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행동을 감시하는 감찰관들을 대대적으로 밀어붙이는 와중에 나온 것”이라며 “연방정부 감시를 훼손하려는 가장 최근의 시도”라고 평가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감독 없이 특별감찰관이 의회에 예산 법안 감사에 대해 보고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병원이 보호장비와 검사 부족에 직면했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크리스티 그림 보건복지부 수석 부감찰관도 맹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오바마 행정부에서 8년간 지낸 그 감찰관은 왜 보고서를 내기 전에 책임을 진 장군이나 부통령,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길 원하지 않냐. 또 다른 가짜 서류”라고 날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2009년 유행했던 신종플루(돼지 독감·H1N1) 사태 때 1만7000명이 사망한 것에 대해서는 보고서를 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림 수석 부감찰관은 1999년부터 관련 업무를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인공호흡기 등 의료 장비가 정상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는 시점에 장비부족을 지적한 감찰보고서가 나오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탄핵 위기로 몰아넣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내부고발을 받아준 마이클 앳킨슨 감찰관을 해고한 바 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