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일삼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71)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부장판사 권성수·김선희·임정엽) 심리로 열린 이씨의 결심 공판에서 “결국 이 사건은 피고인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상습 폭행하고 피해자들은 생계 때문에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전형적인 갑을관계에서 벌어진 것”이라며 “피고인의 행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폭력과 욕설을 참은 것은 생계를 위해 일을 그만둘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청소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든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등 피해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할 합리적 이유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검찰은 “이 전 이사장이 최근 피해자들과 모두 합의한 점,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과 병합될 경우 형이 줄어들 수 있는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감안했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 전 이사장은 최후진술에서 “모든 일이 제 부덕의 소치다. 진정으로 사과하고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저의 미숙한 행동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8일)이 남편 조양호 회장의 사망 1주기가 되는 날”이라며 “회장이 돌아가신 다음부터는 잠도 못 자고 빨리 죽어버리고 싶다는 나쁜 생각도 했다”고 울먹였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행기 운항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을 언급하며 “저희 아이들도 전전긍긍하고 있어 다른 걱정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면서 “제 남은 생 동안 아이들을 아우르고 반성하며 좋은 일을 하겠다. 많이 죄송하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 전 이사장 측 변호인도 “갑질 논란에 대해 분노하는 여론 속에서 지나친 조사를 받은 면이 있고 피해자들과 합의한 데다 고령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달라”며 “이 전 이사장은 앞으로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노력할 것이다.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선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이사장의 선고 공판은 다음달 6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1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경비원과 운전기사 등 직원 9명에게 22차례에 걸쳐 소리를 지르며 욕하거나 손으로 때려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이 전 이사장은 인천 하얏트 호텔 공사 현장에서 조경 설계업자를 폭행하고 공사 자재를 발로 차는 등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출입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비원에게 조경용 가위를 던지고 구기동 도로에서 차에 물건을 싣지 않았다며 운전기사를 발로 차 다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인 6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초청해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로도 기소돼 지난해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