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자산관리인 “증거은닉 다 인정, 선처해달라”

입력 2020-04-07 17:27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이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선처를 구했다. 이 자산관리인은 정 교수의 지시를 받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택과 동양대 등지에서 컴퓨터와 하드디스크 등 증거를 은닉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7일 증거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인 김경록씨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김씨 측은 “공소사실 전부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거은닉 범행이 인정된다고 해도 정경심 교수와의 관계, 나이 차이, 프라이빗뱅커(PB)라는 직업 특성, 정 교수가 VIP고객이었던 점 등을 감안해 법이 허용하는 최소형량을 선고해달라”고 선처를 구했다.

김씨 측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서도 아예 다투지 않았다. 이 판사가 “증거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김씨 측은 “전부 동의한다”고 답했다. 김씨 측은 검찰이 여러 증거은닉 범행을 포괄일죄로 묶어서 기소한 것에 대해서만 “정 교수 자택에서 반출한 것과 동양대 교수실에서 가져온 것은 장소적으로 별개”라며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검찰은 이날 그동안 김씨를 조사했던 증거 전반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한 김씨의 피의자 신문조서에는 정 교수가 “검찰에게 배신당했다. 압수수색에 대비해야 한다. 집에 압수수색이 올 수 있다”고 말하며 컴퓨터 하드디스크 은닉을 지시했다는 진술이 담겼다. 김씨가 지난해 8월 31일 정 교수와 함께 동양대 교수실의 컴퓨터 본체를 반출하러 갔을 당시 자신의 지인에게 ‘싸움이 끝나야 시간이 좀 여유가 있다. 검찰과 싸워야 해서’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증거은닉의 핵심 물증인 CCTV화면도 법정에서 공개됐다. 김씨는 지난해 8월 28일 정 교수 아파트에 출입했는데, 당시 그가 손에 하드디스크를 든 채 들어가는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김씨가 하드디스크를 들고 정 교수 아파트에 들어간 지 5분 뒤 조 전 장관이 귀가하는 모습도 영상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이날 정 교수가 자신에게 신용카드를 주면서 서울 남부터미널 인근 전자상가에서 하드디스크 2개를 구입해 집에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교체하라고 지시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김씨는 지난해 8월말 정 교수의 지시를 받고 정 교수 자택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3개와 동양대 교수실 컴퓨터 1대를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27일 검찰이 압수수색을 시작하자 정 교수가 증거를 숨기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이 수사에 적극 협조한 것을 고려해 양형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 달 22일 2회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