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이번엔 ‘4월 내’ ‘총선 전’ 지급…여야 속도 경쟁

입력 2020-04-07 17:24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 윤후덕 원내수석부대표의 자료에 '긴급재난지원금 진심이라면 실무접촉에 나서라'고 적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경쟁하듯 꺼내든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이 포퓰리즘 논란에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4월 중 또는 아예 4·15 총선 전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며 속도 경쟁까지 불붙었다.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칠 이슈여서 여야가 앞다퉈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재난지원금을 이달 내에 지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현안점검회의에서 “임시국회를 총선이 끝나는 즉시 소집해 (총선 다음 날인) 16일부터 추가경정예산안(예산)을 처리하고자 한다. 가능하면 4월 중 지급을 마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전날 민주당은 당초 전체 가구 중 소득기준 하위 70%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던 방침을 ‘소득 구분 없이 4인 가구 기준 100만원 지급’으로 확대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기존 방안대로 소득 하위 70%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주는 추경안을 제출하면 국회의 추경 심의 과정에서 ‘모든 가구’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 편성에 이은 2차 추경이다. 2차 추경 규모는 13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야당이 동의하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긴급재정명령 발동까지도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야당이 긴급재정명령권 발동을 요구했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신세돈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 앞에서 '우한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대국민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은 아예 “선거 전이라도 최대한 빨리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며 속도전에 불을 댕겼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전 국민 50만원(4인 가구 200만원)을 하루라도 빨리 지급해야 한다”며 “국민을 위한 긴급지원에 선거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고 했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서울과 강원 지역 지원 유세에서 “(정부·여당이) 가구당 100만원을 준다고 이야기하는데 언제 실현될지 모른다. 선거가 끝나면 준다는데 국회가 소집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도 추경을 통해 지급하겠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이 사이에 우리 경제가 어떻게 무너질지 모른다는 감각이 없다”고 비판했다.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의견이 엇갈린다. 통합당은 세출 구조조정으로 100조원을 확보해 재난지원금 용도로 쓰자고 주장한다.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편성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예산 용도 변경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황 대표는 “없는 재정을 뽑아 쓰면서 현금 퍼주는 건 안 된다. 없는 돈을 빼서 드리자는 게 아니라 있는 돈을 지혜롭게 조정해서 드리자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추경안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이 7일 오전 대전 유성갑에 출마한 장동혁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장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의 재난지원금 확대 경쟁 속에 통합당 내부에선 ‘악성 포퓰리즘’이라며 브레이크를 거는 거는 발언이 나왔다. 유승민 통합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부분의 정당이 국가혁명배당금당을 닮아가고 있다. 이건 악성 포퓰리즘”이라며 “코로나 사태와 경제공황이 얼마나 오래갈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아무리 급해도 원칙을 세워서 한정된 재원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책을 가장 앞장서서 막아야 할 정당은 건전보수 정당이다. 그런데 건전보수 정당을 자임하는 통합당이 악성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하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통합당에도 쓴소리를 했다.

심희정 이현우 기자, 춘천·원주=김이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