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여객 횡령 사건에 관여하고 해외로 도주한 전 수원여객 재무이사 김모(42)씨가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연루된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과의 친분을 과시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행정관은 라임 사태의 핵심 배후로 꼽히는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유착관계가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씨는 2018년 “금감원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부서에 친한 선배가 있다. 가족끼리도 잘 안다”고 주변에 말했다. 증권사에 근무하던 김씨는 이후 수원여객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김 전 회장과 공모해 수원여객에서 16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와 김 전 행정관은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김씨는 김 전 회장에게 김 전 행정관을 소개시켜준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당시 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 가상화폐 이슈 등과 관련한 금감원의 입장을 궁금해 하던 상황이었다. 핀테크 부서에서 근무했던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청와대 경제수석실로 파견근무를 갔다. 청와대에서도 핀테크 관련 이슈를 주로 담당했다.
김 전 행정관은 청와대 파견근무 중인 지난해 7월 스타모빌리티에 동생을 사외이사로 앉혔다. 스타모빌리티에서 법인카드를 받아썼다는 의혹도 받는다. 그는 지난해 8월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금감원의 현장 검사가 시작되자 여러 차례 실무부서에 전화해 검사 상황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금감원에서는 “뭘 믿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김 전 행정관은 일처리가 신중했고, 금감원 입사 동기들 사이에서도 선두권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랬던 그는 청와대 파견 근무 후 상대적으로 업무 부담이 덜한 부서를 지원해서 갔다. 주요 부서로 가지 않아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김 전 행정관이 금감원을 사직하고 김 전 회장과 함께 일을 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돈이 필요해서 김 전 회장과 어울렸던 것 같지는 않다. 뭔가 다른 계획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스타모빌리티는 지난해 제주스타렌탈을 인수해 ‘타다’와 같은 모빌리티(이동수단) 사업을 하려 했었다. 사업영역이 금감원 업무와 겹치지 않아 ‘퇴직 후 3년 간 유사업종에 취업할 수 없다’는 규정도 피할 수 있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김 전 행정관과 라임 사태 관련자들이 어떤 유착 관계가 있었는지 살펴보는 중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수원여객 횡령 사건으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자 도피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