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6일 세월호를 추모하는 ‘국민안전의 날’ 정부 행사가 취소된 가운데, 예술계가 이들을 대신해 세월호를 추모하고 기억한다.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아 세월호 참사를 환기하는 연극 기획 공연과 세월호의 진실을 다룬 영화가 시민들을 만난다.
혜화동1번지, 연우소극장, 성북마을극장, 삼일로창고극장은 7일부터 ‘2020 세월호: 극장들’을 선보인다. 혜화동1번지는 세월호 참사 이후 2015년부터 매년 세월호 기획 공연을 개최해왔는데, 올해는 다른 극장들과 연대해 폭을 넓혔다.
이번 공연에는 총 10개의 공연팀이 참여한다. 2015년부터 매년 관객과 만나온 ‘내 아이에게’(팀 종이로 만든 배)와 세월호 엄마들이 여고생으로 출연하는 ‘장기자랑’(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다시 한번 선보인다. 신작으로는 참사 6주기 동안 지속적으로 연대해왔던 활동가의 과정을 여러모로 조망하는 ‘기록의 기술’(0set프로젝트) ‘용민지애정술 본풀이’(여름콜렉티브), 청소년의 지금 현재를 관찰하는 ‘아지트, 틴스’(프로젝트그룹 쌍시옷) 등이 있다.
소설을 무대화한 ‘시간 밖으로’(원작 다비드 그로스만, 인권연극제)와 ‘참담한 빛’(원작 백수린, 쿵짝 프로젝트)도 초연을 선보인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페이스북을 활용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각자의 기억을 공유하는 삼일로창고극장 기획프로그램 ‘전송하는역사_세월호연극편’도 상시 진행될 예정이다. 극장들은 “작품들이 유가족, 활동가, 청소년, 그 시간을 견뎌온 많은 시민의 일상과 시간에 주목하고 있다”며 “일상에 대한 접근을 통해 여러 당사자 주체들의 구체적인 목소리가 들릴 기회를 제공하고,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안전에도 만전을 기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공연의 종료 시기를 정하지 않고 4개의 극장과 10개의 공연팀이 유동적으로 협력해 공연을 2020년 내 분산 개최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극장 작업 안전수칙 마련, 공연참여자와 관객의 문진표 작성, 관객 거리두기 좌석제 도입, 비대면 영상 발표 등도 진행한다. 코로나19 상황 추이를 지켜보고 시기별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세월호 사건을 다룬 ‘그날, 바다’의 스핀오프 영화 ‘유령선’도 세월호 참사 6주기에 발맞춰 15일 개봉한다. 세월호의 항로를 기록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누가 어떻게 왜 조작했는지를 과학적 가설을 통해 증명하고자 한 추적 다큐멘터리다. 세월호의 진실을 감추려 데이터 조작을 기획한 자와 유령선이 만들어진 과정, 데이터 조작의 이유 등을 추적하는 과정을 CG를 통해 구현했다.
‘그날, 바다’를 제작한 방송인 김어준과 김지영 감독이 참여했고, 박호산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영화에는 ‘세월호의 진실을 감추기 위한 천 개의 거짓말’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제작진은 세월호 침몰의 진실을 감추기 위해 무려 1천 척의 선박, 16만개의 AIS 데이터가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