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최후 전선은 수도권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감염 확산은 잦아든 반면 수도권에서는 꾸준히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인구밀집 지역인데다 유동인구가 많아 집단감염 발생 위험이 높다.
하지만 수도권의 중심, 서울은 7일 현재 확진자가 571명(전국의 0.05%)이고 사망자는 단 1명이다. 그것도 폐암 말기 환자로 직접 사인을 코로나19로 보긴 힘들다는 게 의료진 의견이다. 그 비결은 초기에 신속하고 확실하게 대응해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집단감염 신속대응단’에 있다.
서울시·구 집단감염 신속대응단 설치 및 운영 지침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수도권 집단감염 방지를 위한 방역대책을 요청함에 따라 마련됐다. 신속대응단은 확진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했거나 발생할 위험이 있는 시설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시와 자치구가 합동으로 한시 운영하는 조직이다. 최소 30명으로 구성되는 서울시 신속대응단은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이사 또는 감염병 전문가가 단장을 맡는다. 자치구의 신속대응단은 부구청장이 단장, 보건소장이 부단장을 맡는다.
신속대응단에는 총괄반(6명), 역학조사반(22명 내외), 모니터링·접촉자관리반(28명 내외), 자료분석반(4명)이 꾸려져 시설 내 감염병 관리대상자 검사, 역학조사를 통한 최초 감염원 및 접촉자 발굴, 자가격리자 및 능동감시자 모니터링, 개선사항 발굴을 통한 재발 방지책 마련을 수행한다. 신속대응단은 입원환자나 병원 직원 중 1명 이상의 확진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 최초 확진자 발생후 2일 이내 10인 이상 확진자가 발생한 교회 등 종교시설, PC방 등 다중이용시설, 콜센터 등 직장시설, 중대한 집단감염 피해가 우려돼 구청장이 요청하는 경우(학교, 어린이집, 요양시설, 장애인 거주시설 등)에 파견된다. 신속대응단은 현장에서 관리대상 규모를 파악한 뒤 역학조사와 접촉자 관리에 들어간다.
관리대상 분류도 체계적이다. 구로구 콜센터의 경우 1~6층(예식장 등으로 확진자 미발생), 7~10층(기타 콜센터 및 교육실로 확진자 소수), 11층(A콜센터로 확진자 집단발생), 13~19층(주거 오피스텔로 확진자 미발생)으로 분류해 효율성을 높였다. 역학조사는 기초조사와 심층 조사로 진행된다. 먼저 조사대상을 파악한 후 GPS(위성항법시스템),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카드정보를 조회하고 현장 CCTV를 확인해 접촉자 범위를 확정한다. 불특정 시설 이용자에 대해서는 통신 기지국 접속 자료를 활용해 증상 발생시 인근 선별진료소를 방문할 수 있도록 집단문자를 보내 안내한다.
상황이 종료된 후에는 대응과정에서 발생한 이슈, 보완사항을 정리해 사례보고서로 작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매뉴얼을 지속적으로 수정해 추후 발생하는 집단감염시설에 적용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3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에 잘 안 알려져 있지만 서울시에는 특별한 비법이 하나 있는데 그게 신속대응단이다”며 “처음부터 병원과 요양병원을 사수하라는게 제 특명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시는 확진자가 나오면 곧바로 경험있는 사람들을 파견해 시청과 구청, 보건소 직원들이 반을 편성해 삽시간에 현장을 장악하고 물샐 틈 없이 포위망을 짜서 신속하게 조사하고 가능한 넓은 범위 안에서 동선에 포함된 사람들을 자가격리 시킨다”고 설명했다.
서울 은평구 서울재활병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월 25일 직원 한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신속대응단을 중심으로 서울시와 은평구, 병원 등이 공동 대처해 병원내 감염을 막았다. 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 의료재단 대표는 “서울재활병원은 밀접접촉이 많은 장애인 전문 병원이라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매우 컸지만 감염관리 활동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방역수칙을 잘 준수해 병원내 감염이 이뤄지지 않은 모범적인 사례다”라고 평가했다.
서울시의 집단감염 신속대응단은 전국적인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서울시의 코로나19 방역 노하우를 공유해달라는 해외 도시들의 요청이 많다. 박 시장은 “지난달 27일 전 세계 45개 도시와의 화상회의에서 45분간 투명성, 신속성, 디테일을 3대 원칙으로 하는 서울시의 선제적 방역 대책과 잠시 멈춤에 동참해 주고 있는 서울시민의 민주적 시민의식을 자세히 소개했다”며 “여러 도시들이 서울시의 방역 노하우와 진단역량 등을 벤치마킹 하고 싶다는 요청이 강력했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