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들의 외출 자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는 3월 초 가장 잘 실천됐으며 둘째 주 이후 서서히 긴장이 풀리고 있는 것으로 7일 나타났다. 특정 시점, 지역에 존재하는 인구인 ‘생활인구 데이터’를 서울 주요 업무 및 상업지역별, 주거지역별로 분석한 결과다.
국민일보는 지난 1월 11일부터 3월 28일까지 서울 주요 업무 및 상업 지역인 종로 1~4가동과 여의도동, 역삼1동, 명동, 서교동의 내국인 생활인구 추이를 특정 시점별로 분석했다. 또 주거 중심 지역인 관악구 성현동과 도봉구 쌍문4동, 동작구 사당3동, 은평구 응암2동의 생활인구 변화를 살펴봤다. 생활인구 데이터는 서울시의 공공데이터 공개사이트인 서울열린데이터광장에서 얻었다.
분석 결과 모든 업무 및 상업 지역에서 2월 말과 3월 초 생활인구가 급감했음을 확인했다. 시민들이 이곳으로의 외출을 자제했다는 얘기다. 종로 1~4가동의 3월 2일(월요일) 오후 2시 기준 생활인구는 10만9264명으로 국내 코로나19 발생 전 월요일인 1월 13일 오후 2시 15만4688명에 비해 29.4%가 줄었다. 사태 발생 전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으로 체류자가 감소했다.
3월 초 업무·상업지역 생활인구 급감
역삼1동도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1월 13일 월요일 오후 2시 생활인구가 20만6000명을 넘었지만 6주 뒤인 2월 17일 20만3000명대로 떨어졌다. 2월 17일은 코로나19 31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날이다. 이곳 생활인구는 2월 24일 18만9000명대를 기록한 뒤 3월 2일 16만8000명대로 크게 줄었다. 3월 2일 생활인구를 1월 13일과 비교하면 18.6%가 감소했다.
여의도동, 서교동, 명동 등 다른 업무·상업 지역도 2월 말, 3월 초 생활인구가 가장 적었다. 여의도는 1월 13일 17만4000명대에서 3월 2일 14만6000명대로 생활인구가 줄었다. 지하철 홍대입구역이 있는 서교동의 경우 주말 방문객 감소가 두드러졌다. 1월 11일 토요일 오후 6시 기준 14만7000명대이던 이 지역 생활인구는 2월 29일 토요일 같은 시간 8만4000명대로 42.7%가 줄었다. 특히 10대 생활인구가 절반가량 줄었다.
업무 및 상업 지역에서 생활인구가 급감한 시기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와 일치한다. 신규 확진자는 2월 22일 처음으로 세 자릿수인 190명을 기록한 뒤 2월 29일 909명으로 최고조에 이르렀다. 3월 2일과 3일에는 각각 686명, 600명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하루 2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건 3월 12일부터다.
서울 대중교통 이용객 수도 2월 말과 3월 초 가장 적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3월 첫 주(평일 기준)의 시내 지하철·버스 이용객 수는 지난 1월 1~19일에 비해 34.5% 감소했다. 신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주말(2월 29일과 3월 1일)에는 1월에 비해 각각 48.5%, 53.3% 감소했다.
주거지역의 생활인구 변화도 외출 자제와 모임 연기가 2월 말, 3월 초에 정점이었음을 보여준다. 관악구 성현동의 2월 29일 토요일 오후 2시 기준 생활인구는 3만600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1월 11일 같은 시간의 2만4527명에서 2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쌍문4동은 27.1%, 사당3동은 22.2%, 응암2동은 22.5% 주말 생활인구가 늘었다.
느슨해진 ‘거리두기’… 주말 여의도는 전보다 많다
팽팽했던 긴장은 3월 둘째 주부터 느슨해졌다. 업무 중심 지역에서 평일 생활인구가 서서히 늘고 있다. 역삼1동의 월요일 오후 2시 생활인구는 최저였던 3월 2일 16만8000명대에서 17만8000명대(9일), 17만7000명대(16일), 18만명대(23일)로 증가 추세다. 코로나 발생 전 월요일(1월 13일) 오후 2시의 20만6000명대보다는 적지만 상당 수준을 회복했다.
이는 신규 확진자가 줄면서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축소하고 일부 활동을 재개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한 IT업체에서 일하는 이모(32·여)씨는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13일까지 재택근무를 했다. 그러다 지난달 중순부터는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는 ‘자율적 재택근무’로 방침이 바뀌면서 출근을 시작했다. 이씨는 “2월 재택근무 당시에는 출·퇴근길 버스를 타도 한산했는데 지난달 중순부터는 사람이 많아져 평소 인원이 회복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 1~4가동의 경우 생활인구가 3월 2일 10만9000명대로 급감한 이후 9일 11만6000명대, 16일 11만5000명대, 23일 11만7000명대 등 완만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서교동의 경우 주말 생활인구가 늘어나다 정체하는 모습이다. 이곳의 토요일 오후 6시 기준 생활인구는 3월 2일 8만4000명대에서 9만6000명대(14일), 9만9000명대(21일)까지 늘었다가 9만6000명대(28일)로 다시 줄었다. 정부가 지난달 22일부터 권고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는 2월 말 크게 줄었던 주말 생활인구가 3월 말에는 평소 수준을 뛰어넘었다. 여의도의 2월 29일 오후 6시 생활인구는 5만3000명대로 코로나19 사태 전 6만7000명대(1월 11일)에 비해 21.1%가 감소했다. 그렇지만 3월 21일에는 6만5000명대를 기록해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고 28일에는 6만8000명대로 사태 전보다 생활인구가 많아졌다. 한강 둔치와 여의도공원 등에서 야외활동을 즐기려는 이들의 방문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명동 지역은 평일과 주말 모두 생활인구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월 13일 9만8000명대이던 생활인구는 3월(월요일 오후 2시) 내내 7만1000명을 넘지 못했다. 주말에도 5만1000명대에서 2월 말 1만9000명대로 급감한 뒤 3월 내내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월 마지막 토요일인 28일에는 생활인구가 2월 말보다도 낮았다. 명동 지하상가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양윤석 명동지하쇼핑센터상인회 회장은 “보행자를 하나하나 셀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거의 없다”며 “상가의 60%는 아예 문을 열지 않는다. 지하상가가 아닌 지하 무덤이 됐다”고 했다.
주거지역에서 생활인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줄고 있다. 외출하는 시민이 점차 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28일 성현동과 사당3동, 응암2동의 생활인구는 전 주 토요일인 21일에 비해 줄었다. 서울 성동구 빅데이터센터가 자체 분석한 자료에서도 주거밀집지역인 금호동과 옥수동, 행당2동의 생활인구는 3월 2일 8만6281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일주일 만인 3월 9일 8만4099명으로 급감했다.
학원가에 10대가 돌아왔다
서울 시내 주요 학원가의 10대 생활인구도 2월 말, 3월 초에 크게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는 모습이다. 학원이 몰려 있는 서울 목1동의 10~19세 생활인구를 조사한 결과 평일(월요일 오후 8시)의 경우 3월 9일 최저 수준(8200명대)을 보인 뒤 23일에는 9200명대를 기록,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1월 13일(1만명대)의 90% 수준을 회복했다.
대치 1·2·4동에서는 10대 생활인구가 2월 29일 1만9000명대를 기록해 1월 11일의 3만3000명대에 비해 크게 줄었다. 그렇지만 일주일 뒤인 7일에는 2만1000명대로 늘어난 뒤 14일 2만2000명대, 21일 2만3000명대, 28일 2만4000명대 등 일정한 속도로 10대 생활인구가 늘고 있다. 학원에 다시 나가고 있는 10대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 5일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고교 1학년생 조모(16)군은 “수학 학원 강의를 동영상으로 들어도 되지만 집에서 하다 보니 집중이 너무 안 돼 2~3주 전부터 다시 학원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생인 신모(14)양도 학원 휴원이 끝난 3월 중순부터 다시 학원을 다니고 있다. 그는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봐 조금 겁이 나지만 현장 강의를 듣는 게 공부하기에 훨씬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원가인 노원구 중계본동은 주말 오후 10대 생활인구가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보다 많아졌다. 이 지역의 3월 21일과 28일 10대 생활인구는 각각 6600명대와 6500명대로 지난 1월 11일의 6400명대보다 많았다.
권기석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