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배달의 민족’ 사과 또 비판…“수수료 개편 취소 안해”

입력 2020-04-07 09:20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제1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음식 주문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의 사과를 비판했다. 사과문의 내용이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6일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깃발 꽂기, 광고를 소수가 독점해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수료 정책을 개편했다고 하는데 만약에 그 말이 사실이면 광고를 꽂는 걸 1개 업체당 3개로 제한하든지, 과거 체제로 되돌아가야 정상 아닌가”라며 “사과문 내용은 되돌아가거나 취소하지 않겠다는 거다. 돈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리겠다, 더 많이 부담시키겠다고 읽힌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배민의 정책이 독과점 행위에 해당하는 이유부터 설명했다. 그는 “(배달의 민족은) 100% 독점 상태이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제로”라며 “이런 독점적 위치를 이용해서 요금체제개편이라는 명분으로 이용료를 인상했다. 마음대로 요금 올리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이어 배민의 정책에 부담을 느끼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도 전했다. 그는 “이게 도움이 된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면서 “망한 자영업자가 아니라면 매출액만큼 비율로 내는 거니까 당연히 부담이 늘어난다. 이용업자들한테 이익이 되거나 손해가 아니면 왜 반발하겠나”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전북 군산이 운영하는 ‘배달의 명수’를 벤치마킹한 공공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이 지사는 “경기도나 군산은 지역 화폐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지역 화폐 결제를 주문 앱으로 연결만 해주면 어느 정도 숨통은 트일 것 같다”며 “군산의 시스템을 활용하면 음식점 업주, 제공 업체들 등 이용자도 광고비나 수수료 없이 할 수 있다. 지역 화폐 이용자들은 이 앱을 이용해서 주문하면 가격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운영자금의 출처를 물어보자 이 지사는 “도가 직접 운영하는 거보다는 돈은 지역 화폐 네트워크와 소스 데이터를 활용해 제공하고, 전문 업체들이 일종의 컨소시엄을 만들어서 그 기반 위에서 활동하게끔 하겠다”며 “배달 기사분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면서 거기서 생기는 이익을 보험료나 퇴직금 기금 같은 걸로 지원하면 소상공인과 이용자를 살리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3중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지자체가 사기업이 하는 일에 과도하게 관여한다”는 비판을 향해서는 “합리적인 경쟁이 시장에서 잘 이뤄지면 개입할 이유가 없다. 기업이 경쟁의 이름으로 독점해서 시장 질서를 왜곡할 경우에는 당연히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며 “입법적으로 일정액 이상 이용료를 못 받게 할 수도 있지만, 그게 안 된다면 경기도 차원에서 민간에 경쟁적 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면 정부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배민은 지난 1일부터 앱 화면 상단에 3개만 노출해 온 오픈서비스를 무제한 배치하고 수수료를 6.8%에서 5.8%로 1%포인트 내렸다. 대신 월 8만 8000원 정액 광고료를 내는 울트라콜 사용을 3건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부담이 오히려 늘었다고 호소했다. 매출에 연동해 수수료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월 매출 3000만원인 치킨집은 기존 정액제에서 매달 30만원 정도만 수수료를 냈지만, 바뀐 요금제에서는 최대 170만원을 내야 한다고 추정했다. 이 지사를 포함한 정치권의 비판이 잇따랐다.

여론이 악화하자 배민은 결국 사과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6일 김범준 대표 명의로 발표한 공식 사과문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외식업주들의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소상공인 경영난 극복에 도움을 드리고자 월 최대 15만원 한도 내에서 3, 4월 수수료의 절반을 돌려드리는 정책을 지난달 이미 발표한 바 있다”며 “당장의 부담을 줄여드리기 위하여 이 정책을 확대해 4월 오픈서비스 비용은 상한을 두지 않고 내신 금액의 절반을 돌려 드리겠다”고도 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