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명으로 꼽히는 ‘와치맨’ 전모(38)씨가 6일 법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전씨는 미성년자 등을 상대로 한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유포했다는 혐의는 강력 부인했다.
전씨는 이날 오후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 박민 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어깨에 닿을 정도로 머리를 기른 전씨는 작지만 비교적 침착한 목소리로 재판부의 심문에 답했다. 전씨는 재판 내내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방청석에는 한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전씨는 “제가 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모든 죗값을 받겠다”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을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씨는 “(제가) 하지 않은 일로 가족이나 지인들이 피해 보고 고통받는 것은 못 참겠다”고도 했다.
전씨는 자신이 텔레그램에서 ‘고담방’을 만들어 운영했으며, 이곳에 음란물이 유통되는 다른 채팅방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게시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전씨는 자신이 연결한 다른 채팅방에서 미성년자 성착취물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또 불법적인 음란물의 제작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아울러 고담방 운영을 통한 금전적 이득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씨 측 변호인은 “전씨가 이 건으로 취득한 수익은 없다”며 “‘박사방’ 개설 당시 피고인이 구속 상태였던 만큼 박사방과도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자신이 운영한 고담방이 n번방의 관문 역할을 한 것과 관련해 “단체대화방의 관리가 안 된 것이고, (본인은) 금품 등 어떤 이익도 받지 않았으니 얼마든 조사해도 된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현재 전씨의 금융거래 정보를 들여다보고 있다. 다른 텔레그램 이용자와의 금융거래 내역 등이 확인돼 범죄수익이 드러나면 검찰은 공소 사실에 이를 추가할 방침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영리 목적이 아니라 해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날 재판은 검찰의 요청에 따라 열렸다. 당초 검찰은 지난달 1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전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박사’ 조주빈(25·구속)씨의 검거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거세지자 뒤늦게 재판부에 변론 재개를 신청했다. 다음 공판 기일은 다음 달 25일이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9일로 구속 시한이 만료되는 전씨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수원=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