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안한 일로 가족 고통받아” 와치맨 고개 들고 ‘또박또박’

입력 2020-04-06 18:31
국민일보DB

미성년자 등 여성 성착취물이 유포된 텔레그램 n번방의 원조 문지기 ‘와치맨’이 6일 법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와치맨’이란 텔레그램 아이디를 사용한 전모(38·회사원)씨는 이날 수원지법 형사9단독 박민 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을 많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하지 않은 일로 가족이나 지인이 고통받는 것은 못 참을 것 같다. 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지고 모든 죗값을 받겠다”고 말했다.

전씨는 자신이 만든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고담방’에 성착취물이 공유되는 다른 대화방의 링크를 걸어둔 것은 사실이지만 불법 촬영물의 제작에는 관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사회적 물의가 되는 단체대화방 링크를 게시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하나 해당 대화방에서 안 좋은 것(성착취물)을 만든 것에 일체 관여한 바 없다”며 “이와 관련해 금품 등 어떠한 이득도 받은 바 없다. 얼마든 조사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날 흰색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들어선 전씨는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재판부 질문에 고개를 들고 또박또박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9일 전씨에 대한 모든 변론을 마치고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달 24일 변론 재개를 신청한 바 있다.

검찰은 변론 재개 신청 경위에 대해 전씨와 ‘박사방’ 사건의 연관성 조사, 공범들의 수사상황 검토, 범죄수익 여부 파악, 단체대화방 링크 게시 혐의의 법리상 무죄 주장에 대한 의견 개진 등을 들었다.

또 검찰은 “언론의 관심이 지대하고 피고인 스스로도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 도주의 우려 및 증거인멸의 염려도 있다”면서 전씨에 대한 추가 영장 발부 필요성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오는 9일로 구속 시한이 만료되는 전씨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25일 열릴 예정이다.

전씨는 지난해 4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텔레그램 대화방 ‘고담방’을 개설해 음란물을 공유하는 다른 대화방 4개의 링크를 게시하는 방식으로 1만건이 넘는 음란물을 공공연하게 전시한 혐의로 지난달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에는 아동·청소년의 신체 부위가 드러난 나체 사진과 동영상 100여개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앞서 전씨는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돼 재판을 받다가 n번방 관련 성착취물을 전시한 혐의가 밝혀지면서 지난 2월 추가 기소됐다.

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