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시작된 코로나19, 지구 한바퀴 돌아 일본으로

입력 2020-04-06 17:37 수정 2020-04-07 00:22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도쿄 총리관저에 들어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에서 시작돼 유럽과 미국을 휩쓴 코로나19가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일본으로 옮아갔다. 일본은 최근 수도인 도쿄도를 중심으로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핫스폿’(집중발병지역)으로 떠올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7일쯤 긴급사태를 선포할 것으로 알려졌다.

6일 NHK에 따르면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675명, 사망자는 10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4일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 전 하루 두 자릿수 수준이던 신규 확진자는 일주일만인 31일 200명대에 진입하더니 지난 3일부터는 사흘 연속 300명 이상을 기록했다. 일본은 올림픽 연기 직후부터 확진자가 크게 늘어 그동안 올림픽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진단검사를 축소 실시했다는 의혹을 샀다.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가장 많은 도쿄도 발표에 따르면 전날 확진 판정받은 143명 중 60% 이상은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았다. 확진자 중 다수는 20~40대로 젊은 세대 감염이 두드러졌다. 일본 언론들은 이런 현상을 코로나19 확산의 배경으로 꼽고 있다. 일각의 우려대로 지난달 20~22일 연휴 때 주요 공원에 벚꽃놀이 인파가 몰린 뒤 약 2주 만에 환자가 급증하는 양상이다.
지난 4일 일본 교토 마루야마 공원에서 관광객들이 활짝 핀 벚꽃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상황이 심각해지자 아베 총리는 이르면 7일 긴급사태를 선포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6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긴급사태 선언의 법적 근거인 특별조치법을 담당하는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장관을 만났다. 이어 7일 정부 자문위원회 공식 회의를 열어 전문가 의견을 듣고 긴급사태 적용 기간과 대상 지역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자문위가 긴급사태 선언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아베 총리가 국회 사전 보고 등의 절차를 거친 뒤 공식 선언하는 수순이다. 2013년 4월 특별조치법 발효 후 이 법에 근거한 긴급사태 선포는 이번이 처음이다.

긴급사태 선포 지역은 도쿄도를 비롯해 지바현, 사이타마현, 가나가와 등 수도권과 오사카부, 효고현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달라 전국에 걸쳐 선언하기보다는 의료 시스템 붕괴가 우려되는 지역 위주로 발령한다는 구상이다. 적용 기간은 황금연휴인 ‘골드위크’가 끝나는 5월 6일까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긴급사태가 선포되면 해당 지역 지사는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 시설이용 제한 등을 요청할 수 있다. 또 필요한 경우 소유자 동의를 얻지 않고 토지나 건물을 의료시설로 사용할 수 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베 총리로부터)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도쿄도가 지정되는 것을 상정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긴급사태가 선포되도 외출을 못하도록 강제하거나 도시 봉쇄가 이뤄지지는 않기 때문에 일본 국민들의 일상생활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다른 지역에서 이미 지사가 외출자제 등의 요청을 한 바 있다고 설명하면서 “벌칙은 없지만 사회적 압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 선포가 자칫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겨 혼선을 키울까 우려하고 있다. 니시무라 장관은 중의원 결산행정감시위원회에 출석해 “긴급사태가 선포되면 지방이나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음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긴급사태는 도시 봉쇄와는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