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등에서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시청한 소위 ‘관전자’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할까. 현행법상 음란물을 소지하지 않고 단순 시청한 행위 만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과거 법원에서는 “대화방에서 영상물을 내려 받지 않아도 소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이 이뤄졌었다. 검찰은 해당 판례를 포함해 다양한 법리 검토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지영난)는 2016년 9월 29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소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군인 박모(28)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무죄로 본 박씨의 아동 음란물 소지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고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박씨는 2013년 8월 자신의 집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톡 친구 만들기’ 어플리케이션(앱)에 접속했다. 박씨는 당시 15세였던 이모양이 앱 게시판에 ‘돈을 준다면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고 올린 글을 읽고 이양에게 카카오톡으로 연락했다. 박씨는 이양에게 나체 사진 한 장당 2~3만원, 동영상은 그 이상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양은 자신의 나체 사진 70개와 동영상 파일 20개를 카카오톡을 통해 박씨에게 전송했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박씨의 행위를 아동음란물 소지로 볼 수 있느냐에서 나뉘었다. 1심은 박씨의 소지죄를 무죄로 봤다. 카카오톡으로 전달받은 영상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최종적으로 저장해 편집·변경 등을 할 수 있는 상태여야 소지에 해당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만약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음란물 소지에 해당된다고 보기 시작하면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돼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모두 음란물 소지죄에 해당한다는 기이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박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박씨가 해당 영상이 아동 음란물인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자신이 요구했던 점, 카카오톡 채팅방에 계속 머무르면서 파일들을 수차례 본 점, 자신의 기기에 저장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다른 사람에게 파일들을 공유·유포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상영·열람·복사·전송·삭제가 가능하지만 편집이 불가능하다해서 이를 아동 음란물 소지가 아니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법의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좁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동 음란물 소지죄의 일차적인 보호법익은 ‘음란물에 등장하는 대상 아동의 성적 보호’라고 규정했다. 아동음란물임을 인식한 상태로 영상에 접근했다면 처벌하는 게 맞다고 본 것이다. 텔레그램은 스트리밍 만으로도 파일이 자동 저장되는 시스템이어서 고의성이 입증된다면 ‘n번방’ 관전자들의 소지죄도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판례를 포함해 각 대화방의 성격, 메신저 특성 등을 분석하고 법리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