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 가운데 영국이 불안에 떨고 있다. 여전히 확진자 수가 늘고 있는 데다 정부 핵심 인사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탓이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자가격리 중이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결국 병원에 입원했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특별 대국민연설을 통해 단결과 극복을 강조했다.
영국 BBC방송 등은 5일(현지시간) 오후 존슨 총리가 검사를 받기 위해 런던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고 보도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27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열흘이 지났으나 미열 증세가 계속돼 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총리실은 존슨 총리가 입원한 것에 대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조심하자는 차원에서 병원을 찾은 것”이라며 “응급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총리뿐만 아니라 맷 핸콕 보건장관과 네이딘 도리스 보건차관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영국은 위기 상황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이날 하루 사이에 영국에선 700여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누적 사망자 수는 5000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에 확산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특별 담화문에서 “격리와 봉쇄 등 조치로 인해 사랑하는 이들과 떨어져 지내는 고통이 2차 세계대전 때를 연상시킨다”면서 “우리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하는 일이 옳다는 것을 가슴 속 깊이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여왕의 특별 담화문 발표는 이례적인 일이다. 1997년 며느리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장례식 직전과 2001년 걸프전 개전 당시, 2002년 모친인 왕대비(엘리자베스 보우스라이언 왕비) 별세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은 특별 담화문을 발표했다.
아일랜드에선 총리가 직접 의료 현장에 뛰어들었다. 리오 버라드커 총리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일주일에 하루는 의사로 일할 예정이다.
버라드커 총리 대변인은 “총리의 친구와 가족들이 현재 의료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의사 출신인 버라드커 총리는 정치인이 되기 전인 2013년까지 의사로 일했지만 지난달 의사로 다시 등록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