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 4, 6학년 아들 셋을 둔 40대 맞벌이 부부는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집에 노트북이 2대 있는데, 3명이 온라인으로 공부를 해야 해서 고민”이라며 “노트북을 새로 사자니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돼서 아내와 의논 중”이라고 걱정을 털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점점 길어지는 재택근무와 유례없는 온라인 개학을 맞이하면서 급하게 노트북 등 관련 IT기기들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새 상품 구매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의 심리를 반영하듯 ‘리퍼’ 상품 수요도 덩달아 늘자 온라인 몰들은 리퍼 상품 기획전을 준비하며 대비 태세를 갖췄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노트북, 태블릿PC, 데스크톱 등 재택근무와 온라인 개학에 필요한 IT기기 판매가 대폭 늘었다. 위메프의 최근 3주간(3월 12일~4월 1일) 영상 관련 IT기기 판매 추이를 보면 웹캠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0배 이상(2987.36%) 급증했다. 온라인 강의 촬영에 필요한 캠코더, 삼각대, 방송용 마이크 매출도 각각 796.6%, 699.13%, 68.37% 증가했고, 노트북(44.1%), 태블릿PC(40.84%), 모니터(53.7%)를 찾는 소비자도 크게 늘었다. 롯데하이마트도 3월 한 달간 판매된 PC 품목 매출액이 지난 2월 대비 약 15%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같은 기간 데스크톱과 노트북 매출액은 각각 15%, 20%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는 상황을 감안하면 롯데하이마트의 매출액 증가폭은 큰 셈이다.
한편 새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을 구매하는 데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은 ‘리퍼’ 제품으로 눈길을 돌렸다. 판매장에 전시가 됐거나 고장 또는 흠이 있어 반품된 상품을 고쳐 정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리퍼 제품 특성상 온라인에서는 리퍼 제품 거래가 거의 없었다. 상품의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재택근무를 하거나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되면서 저렴한 리퍼 제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AK몰 관계자는 “3월 한 달간 리퍼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32% 늘었다”며 “리퍼 상품은 보통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구매를 거의 안했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급한 대로 서둘러 리퍼 상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업계는 ‘노트북 기획전’을 열고 저렴한 가격에 노트북, PC 등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온라인쇼핑몰은 지난 1일부터 오는 12일까지 PC 기획전을 진행하고 삼성전자, LG전자, 레노버, 에이수스 등 인기 브랜드 PC 제품을 최대 25%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도 지난 2일부터 오는 8일까지 ‘신학기 디지털 가전’ 행사를 열고 인기 노트북과 디지털가전뿐 아니라 복사용지와 가구도 할인해 판매 중이다.
온라인 몰은 리퍼 상품 기획전도 함께 진행한다. AK몰은 이날부터 ‘온라인 개학준비 S급 리퍼 노트북 기획전’을 열고 삼성, LG 제품 등을 20~30만원대부터 판매한다. CJmall도 유명 브랜드 리퍼 상품을 26만9000원부터 구입할 수 있는 리퍼 상품 특가전을 이날부터 10일까지 진행한다. CJ ENM 관계자는 “기존에도 리퍼 상품을 판매했지만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늘어난 수요에 맞춰 리퍼 상품 물량을 늘리며 대비했다”고 전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