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모이지 못하는 사순절, 의미 있게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5일 시작돼 11일까지 이어지는 고난주간은 특히 예수님이 인간으로서 겪은 죽음을 앞둔 번민과 온갖 수모, 십자가를 지고 나아가는 행적에 따라 그 고통을 기억하며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문화선교연구원(원장 백광훈 목사)은 최근 독일교회에서 지키는 사순절 캠페인 ‘7 Woche Ohne’를 소개했다.
이재용 독일 빌레벨트교회 목사는 문선연 홈페이지를 통해 “종교개혁 이후 독일 개신교회에서는 사순절이 점차 금식의 기간만이 아니라, 숙고와 회심 그리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83년 독일 함부르크에 사는 몇몇 신학자들과 언론인들은 사순절 기간 한가지씩 금식할 것을 정해보자고 제안했다. 금식도 음식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습관이나 태도까지 확장해 적용했다. 이들은 명칭도 사순절보다 ‘7주 동안 금식하기’로 표현했다. 그해 캠페인에는 70명, 1년 후엔 300명이 동참했다. 89년엔 독일 전역에 있는 5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현재는 매년 적어도 300만명의 사람들이 참여한다.
이 목사는 “98년부터 독일교회는 이 캠페인에 다양한 주제를 선정했다”며 “처음에는 음식이나 미디어 등의 금식에서 시작하다 2008년부터 반복되는 표어를 통해 주제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충분해’(7주간 탐욕 없이 살기) ‘네, 저예요.’(변명 없이 살기) ‘좀 기다려보세요!’(빨리빨리 없이 살기) ‘당신은 아름다워요’(자격지심 없이 살기) 등이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주제를 보면 개인적이고 일상적 삶의 자세나 태도와 관련된 주제들이 주를 이룬다. 잘못된 사회 문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대안적인 삶의 자세와 비판적 태도를 촉구하는 주제로 볼 수 있다.
올해 주제는 ‘신뢰를 가지세요’다. 이 목사는 “오늘날 국내외 정세와 사회적 분위기가 비관적이고 염세적으로 흐르는 것에 대한 교회의 경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독일교회는 이 캠페인을 통해 사순절만큼이라도 성도들을 통해 이 사회가 좀 더 안정적인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안전하게 유지돼야 함을 피력한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요즘처럼 모일 수 없는 상황에서 교회는 성도들에게 다른 영적 동력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교회의 다양한 문화적 시도를 통해 신앙의 전통이 재해석되고 재생산되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