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의 투자 자금이 흘러간 기업인 ‘에스모’가 금융 당국에 사업보고서를 신고한 지 하루 만에 “3개 종속기업에서 123억여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는 정정공시를 냈다. 공시 하루 만에 거액의 평가손실을 신고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검찰 수사가 라임 자금이 흘러간 기업들로 확대되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흔적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스모는 지난달 31일 사업보고서를 정정공시하며 엔디엠, 에스모인베스트먼트, 클레어픽셀의 3개 종속회사에서 123억원의 평가손실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평가손실은 정정공시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의 사업보고서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었다. 에스모가 신규사업 진출, 경영컨설팅 등의 목적으로 출자했던 법인들의 장부가액이 크게 떨어졌다는 얘기인데, 전문가들은 “공시 하루 만에 이렇게 밝히는 것은 상당히 예외적”이라고 했다.
에스모에 따르면 3곳 중 자율주행차 3D 맵핑 개발업체인 ‘엔디엠’ 등 2곳은 지난해 매출 자체가 아예 없었다. 엔디엠은 정정공시 과정에서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이 73억9700만원에서 5억5400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정정 전후 변함이 없었다. 결국 하루 만에 약 70억원의 자산이 사라졌다는 사실만이 바로잡힌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돌연 약 70억원의 부채가 발생한 연유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에스모 관계자는 “종속기업들의 재무현황 숫자가 사업보고서에서 3분기 보고서 내용으로 기재돼 그 부분을 정정한 것”이라며 “회사가 뒤늦게 사태 수습을 하기 위한 게 아니라 단순 숫자 오류였다”고 해명했다. 종속기업들의 매출액이 없는 점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라임 자금이 흘러간 기업들에서는 횡령이 발생하고 뒤늦게 공시가 이뤄지는 경향이 그간 발견돼 왔다. 라임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에스모 등의 기업을 압수수색했고, 에스모의 실질 오너로 알려진 이모 회장 등 4명을 검거해 구속한 상태다. 검찰은 라임 펀드 판매사 측이 피해자들에게 라임의 투자 기업 주식을 사라고 권유한 정황도 포착,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현수 구승은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