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갔다 말 못해” 日도쿄 유흥가 ‘조용한 확산’ 비상

입력 2020-04-06 15:04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의 대표적 유흥가인 신주쿠 유흥가 거리를 마스크를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도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감염자 절반은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없어 조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5일 도쿄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한 가운데 이 중 절반이 ‘감염 경로 불명’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6일 보도했다.

도쿄도에 따르면 5일 감염이 확인된 1033명 가운데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감염자는 최소 527명이다. 4일에는 확진자 117명 가운데 70%에 가까운 80명의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없었다.

도쿄도에 따르면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요인을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하나는 조사 인력이 충분치 않아 감염자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유흥가에서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확진자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보건소 등은 감염증법에 따라 감염자의 증상 발생 전 1~2주 및 증상 발생 후 어떤 장소에서 누구와 만났는지 등 행동 이력을 구체적으로 조사한다. 하지만 유흥가에 들린 이들은 자신의 행선지를 알리고 싶지 않아 해 역학조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도쿄도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을 조사하려고 해도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3분의 1은 클럽, 접객하는 여성이 있는 술집 등 유흥가에 들른 이력이 있다.

지난달 23일 도쿄 도청에서 코로나19 정부 대응책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 AFP연합뉴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 또한 이날 NHK의 ‘일요토론’에 출연해 코로나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환자 수가 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고이케 도지사는 지난달 30일 클럽과 바, 접객을 하는 음식점 등 유흥가 방문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오오마가리 노리오(大曲貴夫)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센터 센터장은 “감염 경로 불명의 환자는 감염 급속 확산의 신호탄”이라며 “보건소가 환자의 행동 이력 등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NHK가 후생노동성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발표를 집계한 결과 5일 오후 11시30분 기준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크루즈 탑승객 712명을 포함해 총 4570명이다. 도쿄도 내 누적 확진자는 1033명이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