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풋볼(NFL) 뉴올리언스 세인츠의 전설적 ‘플레이스 키커’ 톰 뎀프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사망했다. 그의 정확한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되고 있다. 손·발가락 일부를 갖지 못하고 태어난 선천적 장애를 극복하고 2013년 후배 선수의 기록 경신 때까지 최장 거리 필드골 득점자 타이틀을 40년 넘게 보유했던 NFL의 레전드다.
뉴올리언스는 6일(한국시간) 성명을 내고 “뎀프시가 병마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면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최근 몇 년의 투병에서 그의 상징과 같은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용기를 보여 줬다”며 “뎀프시가 전날 향년 73세에 세상을 떠났다. 구단 가족의 마음속에 그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뉴올리언스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남부 도시다. 구단은 지역매체 ‘뉴올리언스 애드버킷’을 인용해 “뎀프시가 알츠하이머로 투병하던 지난 2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병세가 악화됐다”며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뉴올리언스 애드버킷은 “뎀프시가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뎀프시는 2012년부터 알츠하이머를 앓으면서 뉴올리언스 소재 노인요양원 램베스 하우스에서 생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방문객의 출입을 최소화하고 있는 곳이다. 뉴올리언스 애드버킷은 “뎀프시가 사망했지만, 코로나19로 요양원의 출입이 제한돼 유족은 더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뎀프시는 오른쪽 손가락 4개,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갖지 못하고 태어났다. 하지만 1969년 뉴올리언스에 입단해 데뷔한 NFL에서 11시즌간 활약하며 한계를 극복했다. 1970년대 NFL에서 공을 땅에 놓고 차는 포지션인 플레이스 키커 중 그를 능가할 선수는 사실상 없었다.
1970년 11월 8일 디트로이트 라이온스를 상대로 기록한 63야드(57.6m)짜리 필드골은 2013년 디트로이트 소속 플레이스 키커 맷 프레이터(64야드)에 의해 깨질 때까지 43년간 최장 거리 득점으로 기록됐다.
뎀프시는 발가락이 네 개뿐인 오른발의 특성을 감안해 특수하게 제작된 신발을 신고 뛰었는데, 일각에서는 킥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이 신발을 놓고 불공정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뎀프시는 그때마다 특유의 재치 있는 언변과 세련된 저항의 표현으로 되받으면서 꿋꿋하게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