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루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 사망자수는 공식 통계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복수의 언론이 보도했다. 현재 보건당국에서 발표하는 사망자 통계는 연구소 테스트에서 코로나19로 확진된 경우뿐이라 검사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하는 등의 사례까지 합치면 실제 사망자 규모는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에 관여하는 보건당국 전문가와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으나 공식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미국인들도 분명히 있다고 분석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연구소 검사상으로 확인된 사례만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에 넣기 때문이다. 크리스틴 노들런드 CDC 대변인은 WP 측에 “우리도 (공식 집계에) 실제보다 적게 잡힌다는 것을 안다”고 인정했다.
미국 내 검사가 원활하지 못했던 확산 초반에 호흡기 증상으로 사망한 이들은 통계에서 빠진 경우도 많다. 검사가 확대된 지금도 집이나 요양원에서 사망하는 이들 중에는 검사를 받지 않은 사례가 있다.
사후 검사는 지역마다 다르게 시행되는 데다 검사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사망자를 검사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실제로 CDC 통계와 연구기관 및 언론의 집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4일 기준으로 CDC가 집계한 미국 내 사망자는 6593명이었는데 WP가 집계한 사망자는 이미 8000명을 넘었다.
이 때문에 CDC는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사망 증명서 발급 현황 등을 추가로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WP는 덧붙였다.
한편, 사망자 규모가 공식 통계에서 실제보다 적게 잡히는 건 미국만의 상황이 아니라 세계적 유행병(팬데믹)이 등장할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WP는 인플루엔자 연구를 찾아보면 팬데믹이 한창일 때는 사망자 규모가 자주 잘못 집계된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H1N1) 당시에도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을 선언했고 당시 연구기관에서 확인된 결과를 토대로 1만863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2012년 CDC가 연구해보니 사망자가 15배에 달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또한 2013년 미국에서 민관 합동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도 당시 미국 내 H1N1 사망자 통계가 실제의 7분의 1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도 공중보건 전문가와 병원 관계자 등에 대한 광범위한 취재를 토대로 미국 전역의 실제 코로나19 사망자는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사망자 통계가 부정확한 이유로 ▲행정당국의 일관성 없는 대응 메뉴얼 ▲한정된 대응인력과 물자 ▲50개 주 당국 간의 협조 부족 등을 지적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