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무용단 단원들에게 성희롱 발언 등을 일삼다 출연정지 징계를 받은 무용단 안무자가 징계가 무겁다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국립국악원 무용단 안무자인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출연정지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A씨 청구를 기각했다고 6일 밝혔다.
1988년 국립국악원에서 안무자로 근무해온 A씨는 지난 2018년 무용단 단원 33명이 A씨로부터 인격 모독을 당했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국립국악원장에게 제출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를 받았다.
이후 문체부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무용단의 여성 단원들에게 “가슴이 덜렁덜렁 거린다” “늙어 보인다” “얼굴이 크다” “임신하고 나오는 걔, 얼마나 퍼져서 나올지 기대된다” 등의 막말을 했다. 문체부는 국립국악원에 A씨를 징계할 것을 통보했고, 국립국악원은 A씨에게 출연정지 1개월 처분과 함께 안무자 보직에서 해임하는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A씨는 이에 불복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중노위는 보직 해임은 부당하다고 판단했지만, 출연 정지를 취소해달라는 A씨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씨는 “‘가슴이 덜렁덜렁 거린다’고 말한 부분은 강강수월래 공연을 할 때 일인데, 그 공연에서는 ‘말기’라는 속옷을 입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이유가 없다”며 “외모를 지적한 부분은 무용단원으로서 자기 관리를 하라는 말이므로 징계 사유가 안 된다”고 주장하며 출연정지 1개월 징계가 지나치게 무겁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징계 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인정된 징계 사유보다 징계가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며 중노위의 판단이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을 심리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를 들며 외모를 공격하는 A씨의 발언이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발언 경위와 청중의 존재, 표현의 저속함, 상대방의 명시적인 거부 반응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의 발언은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며 “성희롱에 해당하거나 적어도 무용단 단원을 모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의 비위 정도는 심하고 적어도 경과실이 있는 경우”라며 “원고에게 내려진 출연 정지 1개월은 가벼운 징계에 해당하고,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 또한 공연에 출연하지 못하는 것 외 예능 수당 지급이 중단되는 데 그치므로 그다지 무겁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송혜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