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쳤다 잘린’ 美 함장, 영웅된 뒤 코로나 확진

입력 2020-04-06 10:31
브렛 크로지어 전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함장. 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한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에서 ‘병사들이 긴급 하선해야 한다’는 SOS를 쳤다가 경질된 브렛 크로지어 전 루스벨트호 함장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 정치권에서 그의 경질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브렛 크로지어 함장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괌에 있는 해군기지에 격리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항모를 떠나기 전부터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크로지어 함장은 항모 안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대폭 늘자 지난달 30일 국방부에 긴급 서한을 보내 승조원들의 하선을 요청했다. ‘전쟁 중도 아닌데 승조원들이 죽을 판’이라는 내용이었다. 그의 편지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고, 해군은 승조원들을 하선시키기 시작한 다음 날인 지난 2일 크로지어 함장을 전격 경질했다.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브렛 크로지어 전 함장이 지난해 12월 15일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갑판 위에서 승조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연단에 선 사람이 크로지어 전 함장이다. AP 연합뉴스

크로지어 함장을 바라보는 미국 내 시선은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4일 크로지어 함장에 대해 “편지를 쓴다고? 문학수업이 아니지 않나”며 ”끔찍한 행동을 했다”고 비난했지만, 동시에 위기에 처한 병사들을 구한 ‘영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특히 승조원 수백 명은 하선하는 그를 향해 “캡틴 크로지어”를 연호하며 열렬히 배웅했고, 한 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복귀 청원에는 몇 시간 만에 7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증손자도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그를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브렛 크로지어 전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함장. 로이터 연합뉴스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경질은 토머스 모들리 해군장관 대행의 결정이었다며 “모들리 대행은 아주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이고 나는 그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 민주당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ABC방송에 “크로지어 함장을 경질한 것은 범죄에 가까운 것이다. 그는 잘리는 대신 훈장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서서 말해져야 하는 것을 말한 것이다. 그의 해군 병력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