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복잡한 진단키트를 사용하지 않고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란 샤리프기술대학은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코로나19 판별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대학 연구진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흉부를 찍은 CT 사진에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를 97% 정확도로 판정할 수 있다”며 “감염 여부를 가려내는 데 2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샤리프기술대학 연구진은 이란의 여러 의학 연구소와 함께 지난 한 달간 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기술 개발을 총괄한 하미드레자 라비에이 박사는 “비감염자, 감염자, 감염 의심 환자의 CT 사진을 연구해 실용 단계까지 다다랐다”며 “일선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란의 기술이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가장 큰 문제는 유사 호흡기 질병을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흉부 CT만으로는 신종 플루(H1N1),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유사 호흡기 전염병 간 구별이 어렵다”며 전용 검사키트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영상의학전문의학회(ACR) 또한 지난달 11일 “현재로선 바이러스 검진키트 대신 흉부 X-레이나 CT 사진으로만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CT 촬영기가 감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염자가 CT 촬영기 안에 들어갔을 때 바이러스에 기계와 촬영실이 오염돼 추가 감염자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단점에도 코로나19 진단키트 부족에 신음하는 세계 각국은 영상 기술을 이용한 감염 여부 판정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