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들으면 운동도 금지”… 공원 점령한 시민에 英 보건장관 ‘엄포’

입력 2020-04-05 23:00
스위스 경찰이 지난 4일 제네바의 한 공원을 순찰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선 코로나19 방역 대책의 일환으로 경찰력을 동원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준수가 이뤄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협조하지 않는 시민이 속출하자 영국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매트 핸콕 보건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핸콕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주말을 틈타 공원에 쏟아져나온 시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4만2000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했음에도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비웃듯 공원에는 산책을 즐기러 온 사람이 넘쳐났다.

현재 영국은 모든 시민이 최대한 자택에서 생활하고,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만 외출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외출 가능 사유에는 가벼운 운동, 생필품 구매 등이 포함돼있다.

핸콕 장관은 이어 “말을 듣지 않으면 집 밖에서 행해지는 모든 활동을 금지하겠다”며 “소수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다수가 힘들어하는 상황이 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 관계자가 이같은 작심 발언을 쏟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일에는 브라이튼앤드호브시는 지난 4일 트위터를 통해 “해안가에서 모임을 갖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현지 경찰 또한 ”해안가에서 바베큐 파티를 벌이다 체포된 두 명이 재판에 회부됐다“고 경고하며 방역지침을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정부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가운데, 5일 오후 8시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대국민 특별연설에 나선다.

이 연설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은 자기절제와 단합된 의지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여왕이 국가적 중대사를 이유로 TV 연설에 나서는 것은 지난 2012년 즉위 60주년 기념식 이후 8년 만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