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보다가 감염” 의료진 안전 비상… 소규모 의료기관 더 열악

입력 2020-04-06 08:00


진료행위 도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의료진이 전국적으로 69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내 집단 감염으로도 확진 판정을 받은 의료진이 32명에 달하는 등 의료진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경북지역에서 진료 중 감염된 내과의사가 사망하면서 정부가 의료진 보호 대책을 추가로 내놨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의료 인력이 3일 0시 기준 241명(신천지 신도 제외)으로 전체 확진자의 2.4%를 차지한다고 5일 밝혔다. 이 중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선별 진료 중 감염된 의료진은 3명, 코로나19가 아닌 일반 진료 중 감염된 의료진이 66명이었다. 진료 행위 중 감염된 의료진이 28.6%나 되는 셈이다. 지역사회 전파를 통한 감염이 41.9%(101명), 감염 경로가 불분명하거나 조사 중인 사례는 16.2%(39명)였다.

지난 3일에는 경북 경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59세 내과의사가 숨졌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의료진이 사망한 첫 사례였다. 그는 코로나19 치료가 아닌 일반 진료 중에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됐다.

정부는 의료기관 내 감염과 의료진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내놨다.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인력이 잠재적 확진자와 접촉하는 시간·범위를 최소화하도록 동선구조에 대한 표준모델을 마련하기로 했다. 감염병 전담병원, 생활치료센터 등 확진자 치료기관에서는 환자와 의료인력의 동선이 구분된 안전지대를 확보할 계획이다. 종합병원은 감염병 예방관리 중심병원과 참여병원을 선정·연계해 컨설팅을 추진한다. 중소병원, 요양병원, 정신병원에는 지역별 감염병 전문 자문단을 구성해 1대1 감염관리 자문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종합병원보다 규모가 작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현실적인 도움이 될 방안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전병율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형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에선 코로나19 환자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며 “의료진은 환자와 대화거리를 2m로 유지하고, 정부는 의료기관에 플라스틱 차단막을 설치하거나 얼굴 가리개 등 필요한 부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감염 관리 전담 인력을 두기 어려운 의원급에서는 의료진이 N95 마스크를 쓰고 진료를 하거나 환자들이 다녀갈 때마다 머물렀던 자리, 사용한 의료 도구를 수시로 소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소독 행위와 관련한 의료 수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예슬 최지웅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