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5일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경찰청과 당정 협의를 열고 n번방 사건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아동·청소년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5월 임시국회에서 n번방 재발방지 3법(형법·성폭력특별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피해자 지원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민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미리 제출한 주요 공약에는 n번방 공약이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지는 않다. 대신 여성안전 분야 ‘디지털성범죄 근절 대책 다각적 추진’ 항목에 관련 내용이 담겼다. 불법성착취물 구매·소지, 유포·협박, 사진·영상 합성행위 등 현행법상 처벌하기 모호하거나 처벌 수준이 낮은 범죄 사각지대에 대한 규정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정의당은 선관위 제출 공약집에 ‘텔레그램 n번방 디지털 성폭력 강력 대응’을 명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디지털성범죄산업 유통구조를 차단하고 단속수사를 강화하겠다. 공급망 단속·처벌 강화와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의무부과, 국제수사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공약집에 n번방 항목을 포함시키고 디지털성범죄 전담부서 설치 및 국제공조 확대 등을 약속했다.
미래통합당은 디지털성범죄 관련 공약으로 변형카메라 관리제 도입과 영상협박 피해자 지원 강화 2가지를 내걸었다. 통합당은 황교안 대표의 최근 ‘호기심’ 발언으로 비판적 여론이 일자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통합당은 5일 n번방 사건 TF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n번방 사건을 비롯한 각종 성범죄 사건과의 전면전을 선포한다”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민생당은 뒤늦게 공약을 발표했다. 온라인성범죄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특별사법경찰제도를 도입하도록 했다. 또 성범죄에서 성적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나이를 만 13세에서 만 16세로 상향하기로 했다.
각 정당은 스토킹 및 데이트폭력 범죄 처벌 근거 마련 및 처벌 강화, 비동의 간음죄 도입 등을 공통적으로 내걸었다.
각 당이 경쟁적으로 공약을 내놓았지만 디지털성범죄를 바라보는 근본적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송문희 더공감여성정치연구소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약 한 두개만 지켜져도 훨씬 진전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국회와 수사기관, 법원 등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현장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기소율이나 처벌 수준이 크게 달라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