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코비, ‘별들의 전당’에 오르다

입력 2020-04-05 16:22
미국 프로농구(NBA)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가 생전에 둘째 딸 지아나와 함께 미국대학농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사진. AP연합뉴스

2개월여 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뜬 전 미국 남자프로농구 NBA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당시 41)가 농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 ‘포스트 마이클 조던’ 시대를 장식한 세계적 농구스타에게 다시 한 번 추모와 찬사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팀 던컨, 케빈 가넷(이상 43) 등 그와 함께 농구코트를 누볐던 당대 스타들도 함께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다.

미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4일(현지시간) 브라이언트와 던컨, 가넷 등 8명이 올해 농구 명예의 전당 헌액자로 최종선정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8월 29일 미 매사추세츠주 스프링필드에 위치한 네이스미스 농구 명예의 전당에 정식으로 등록된다. 한국 여자프로농구 WKBL에서 뛰며 ‘우승청부사’로 불렸던 타미카 캐칭(40)도 미 여자프로농구 WNBA 활약상과 미국 대표팀 올림픽 여자농구 4연패를 이끈 공로로 명단에 올랐다.

브라이언트는 올해 초 명예의 전당 헌액 후보군으로 거론됐을 때부터 선정이 확실시 되어왔다. 명예의 전당에 들기 위해서는 선정위원회 총 투표수 24표 가운데 18표 이상을 받아야 할 정도로 조건이 까다롭지만 워낙 NBA의 상징적인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이 오르는 걸 보지 못한 채 지난 1월 26일 캘리포니아주 칼라바사스에서 헬리콥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농구를 좋아하는 딸 지아나와 함께였다.

아내 바네사는 이날 남편의 명예의 전당 헌액 소식에 “남편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남편의 NBA 경력에서 최고의 순간”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딸 나탈리아와 함께 ESPN의 영상 인터뷰에 응한 바네사는 “물론 남편과 함께 축하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마 자신도 명예의 전당에 오를 걸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거란 데 조금이나마 위안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브라이언트가 평생 몸담은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도 축하를 전했다. 지니 버스 레이커스 구단주는 “그의 투쟁심과 성실함, 폭발력은 누구하고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가장 위대한 선수로 기억될 것이다. 그보다 자격 있는 이는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브라이언트는 레이커스에서 20시즌을 뛰며 5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고,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2번 꼽혔다. 올스타에 18차례 뽑혔고 득점왕도 2번 수상했다.

USA투데이의 농구전문 기자 마크 메디나는 이날 칼럼에서 “브라이언트가 사람들 앞에서 직접 헌액 기념 소감을 말하지 못한다는 게 너무나 슬프다. 이런 식이 되어선 안될 일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브라이언트는 어떻게 많은 부상을 의연하게 극복했는지, 어떻게 팀을 이끌었는지를 말해주고 그를 이끌어준 은사들에게 감사를 전했을 것이다. 그 어떤 작가도 쓰지 못할 멋진 연설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브라이언트는 선수 생활 중 마이클 조던의 모습을 누구보다 가장 많이 보여준 후계자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한편 브라이언트와 함께 명단에 오른 가넷은 브라이언트처럼 고교 농구에서 NBA로 직행한 선수였다. 데뷔 시즌부터 재능을 뽐내며 NBA를 대표하는 ‘빅맨’으로 활약했다. 던컨은 브라이언트와 가넷처럼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꾸준하고 이타적인 플레이로 소속팀 샌 안토니오 스퍼스를 수차례 우승으로 이끈 ‘우승 제조기’로 꼽힌다. 우승 경력도 브라이언트와 동일한 5회다. 캐칭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미 올림픽 대표팀에 뽑혀 금메달을 따냈고 WNBA에서도 2012년 소속팀 인디애나 피버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