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아파트가격 하락, 재건축 시장이 더 가팔랐다

입력 2020-04-06 11:00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 회원들이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세종로소공원 인도에서 열린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 저지 총궐대회에서 집회하고 있다. 뉴시스

재건축 아파트 집값 하락세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 대책을 연달아 발표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이어지면서 경기 변동에 민감한 재건축 아파트가 먼저 영향을 받는 모양새다. 아파트 매매가격 ‘풍향계’ 역할을 하는 재건축 아파트 하락세 영향이 얼마나 클 것인지도 주목된다.

부동산114의 주간 아파트 시장 동향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1% 떨어졌다. 지난주 매매가격 상승률도 -0.19%를 기록했지만, 한주 새 낙폭이 한층 커졌다. 주간 변동률 기준으로 보면 2013년 6월 이후 7년 만에 하락 폭이 가장 컸다.

3월 중순 이후 코로나19와 정부 규제로 강남 아파트 매매가격이 내려가고 있지만, 경기 변수에 민감한 재건축 시장의 하락세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 자치구별로는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격 변동률이 -0.80%로 전주(-0.24%) 보다 하락세가 눈에 띄게 확대됐다. 이어 강남구(-0.50%)와 서초구(-0.14%) 재건축 아파트도 낙폭이 커졌다. 특히 부동산114가 주요 단지별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와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1500만~8500만원 하락했다. 송파구는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주공5단지 등이 2000만~7500만원 떨어졌다.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코로나19 사태와 양도세 중과 등의 이슈로 인해 어느 정도의 가격 하락은 예상됐다. 하지만 재건축 아파트의 하락세가 일반 아파트보다 더 두드러지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에서 시작된 경기위축이 실물경기를 압박하면서 경기변동에 민감한 재건축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며 “과거에도 재건축과 강남권이 초기 약세 국면을 이끌면서 서울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간 바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강남·재건축 단지로 시작된 매매가격 변동 여파는 지금까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매매 가격을 한차례 띄웠다가 떨어뜨렸다. 하지만 이른바 수용성(수원·용인·성남)이라 불리는 경기·인천 주요 지역은 ‘풍선 효과’로 인한 덕은 봤지만, 가격 하락에는 휘말리지 않은 모양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1분기)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수원시로 평균 12.97% 상승했다. 특히 수원에서도 영통구가 14.61%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권선구 14.16%, 팔달구 13.52% 뛰는 등 상위 1∼3위를 수원시가 차지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