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1년 연기에 미국 국가대표들 생계도 ‘위태’

입력 2020-04-05 16:01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인 스위스 로잔 올림픽하우스 자료사진. EPA연합뉴스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2020 도쿄올림픽의 1년 연기로 2억 달러(약 2470억원)의 적자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206개 회원국 중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선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선수단의 규모만큼 막대한 손실은 이미 예상된 일이지만, IOC와 일본 정부를 향해 가장 적극적으로 올림픽 연기를 요구했던 단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5일(한국시간) “USOPC가 올림픽 연기에 따른 재정 위기에 놓이면서 각 종목별 경기단체, 선수들도 불안한 상황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USOPC는 세계 최대 프로스포츠 시장을 가진 미국의 스타플레이어는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도 올림픽·패럴림픽에 파견한다. 그중 아마추어 선수 대부분은 USOPC의 지원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훈련을 준비한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로 구성되는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일명 드림팀이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골프 국가대표의 경우 기업이나 스포츠 브랜드의 후원을 받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은 올림픽 연기에 따른 손실이 작지 않을 수밖에 없다.

USOPC는 다른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다르게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금을 받지 않는다. 그 대신 기업, 국민의 기부로 ‘팀 USA 펀드’를 조성해 경기단체와 선수들에게 배분한다. 그중 상당수는 TV 중계권료에서 발생한다. 동·하계올림픽이 열리는 2년 간격으로 미국 내 올림픽 독점 중계권사인 NBC 유니버설로부터 중계권 수익 조의 2억 달러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뉴욕타임스는 이 금액이 USOPC 예산의 4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USOPC는 급여 개념으로 선수들에게 1300만 달러를 직접 지급하고, 7500만 달러 이상을 각 종목 단체에 지원한다. 그렇게 해마다 1억 달러씩이 선수나 경기단체로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 하계올림픽 개최가 무산되면서 당장 올해의 지원금은 사실상 사라졌다.

USOPC가 재정보다 우선 고려한 것은 선수의 안전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4일 밤 전화 회담에서 ‘1년 내 개최’를 목표로 올림픽 연기를 합의하자 USOPC는 즉각 성명을 내고 “선수들이 인생의 꿈에서 정점을 찍을 순간을 올여름에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공동체와 개인의 안전을 위해 경쟁에서 한 걸음씩 물러선 것은 마땅하고 옳은 일”이라며 환영했다.

USOPC가 올림픽의 새로운 개막일인 내년 7월 23일까지 1년 이상 남은 기간에 재정을 확충하지 못하면, 산하 경기단체가 긴축에 들어가거나 운영 불가 상태에 놓일 우려가 높다. 다만 올림픽 타이틀 스폰서인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의 북미 법인이 미국 국가대표 17명, 신용카드 기업 비자가 27개 종목 선수 96명과 계약을 내년까지 연장하면서 USOPC는 잠시마나 숨통을 트게 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