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상황에서 때아닌 특수를 누리는 시장이 있다.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에서는 감염병 콘텐츠에 관심이 쏟아지고, TV 시청시간이 늘면서 드라마도 흥행 중이다.
코로나19 예견한 콘텐츠들 인기
전염병이나 바이러스를 다룬 콘텐츠가 역주행 중이다.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지난달 재난 영화의 선전이 돋보였다.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평균 시청시간이 403% 증가했다. 특히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이 눈에 띈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후 구매량이 6631% 급증했다. ‘왓챠플레이’에서도 순위권 밖에서 1위로 급상승했다. 영화는 신종 바이러스가 퍼진 미국의 상황을 그리면서 감염증 공포 확산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이로 인한 관계 단절을 담았다.
국내 작품으로는 2013년 개봉한 영화 ‘감기’가 독보적이다.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재난 영화 수요가 높아지면서 대만에서 개봉을 확정 짓기도 했다. 이 영화에는 호흡기로 감염되는 치사율 100%의 변종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등장한다. 도시가 폐쇄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시민들의 사투를 그렸다.
영국 넷플릭스 차트에는 한국 드라마가 5위권으로 훌쩍 들어왔다. 2018년 방영된 MBC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다. 극에 등장하는 변이 바이러스 잠복기는 2주이고, 백신은 없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현재 코로나19와 섬뜩할 만큼 닮았다”며 “평행이론 설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2017년 방송된 OCN ‘구해줘’도 화제다. 감염병 확산에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기행이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이비 종교에 관심이 쏠렸다. 드라마 속 독특한 예배 방식과 포교 활동 등이 신천지와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넷플릭스 최초의 한국 드라마 ‘킹덤’ 시리즈도 승승장구 중이다. 미국 포브스는 “좀비 전염병의 시발(始發)에 관한 드라마를 보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는 것은 초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드라마 시장도 때아닌 호재
드라마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지상파 3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TV 앞에 앉은 시청자가 늘자 잠정 중단했던 월화극을 일제히 부활시키는 등 드라마 제작과 편성에 몰두하고 있다. MBC는 지난달 23일부터 월화극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을 방영했다. 월화극 편성을 중단한 지 6개월 만이다. 지난해 11월 월화극 편성을 중단했던 KBS도 이달 미니시리즈 ‘계약우정’을 편성했다.
다양해진 플랫폼도 드라마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는 또 다른 이유다. OTT 시장이 확대되면서 드라마 수요가 크게 늘었다. 넷플릭스가 최근 킹덤 시리즈로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다른 OTT 플랫폼 업체도 양질의 드라마 콘텐츠 생산에 매진하고 있다.
중간광고 허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드라마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지상파에서 월화극이 사라졌던 이유는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채널 등으로 광고가 분산돼 재정적인 어려움이 닥쳤기 때문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하반기부터 중간광고 허용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드라마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