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의 기침, 우린 늘 위험” 호소한 美 버스기사 결국 사망

입력 2020-04-05 14:46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대중교통 종사자들이 처한 현실을 호소하는 영상을 올렸던 미국 버스기사가 결국 코로나19로 사망했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버스 운전을 하는 제이슨 하그로브(50)는 지난달 21일 페이스북에 8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대중교통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하며 이날 있었던 경험담을 털어놨다.

영상에 따르면 그는 이날도 버스를 몰았다. 손님으로 태운 한 중년 여성이 뒷자리에 앉기 전까지 하그로브의 근무는 여느 날과 같았다. 그러나 이 승객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기는커녕 입을 가리지 않고 기침을 해댔고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하그로브는 버스기사를 비롯한 대중교통 종사자들이 이같은 상황에 늘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의 보호와 시민들의 에티켓을 호소했다.

이후 하그로브는 또 한 번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몸이 안 좋아져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알렸다. 그의 몸상태는 지난달 27일 약간 호전됐으나 31일부터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1일 결국 디트로이트의 시나이 그레이스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브로그는 해당 병원에서 입원을 두 차례나 거부당한 뒤에야 머무를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병원이 그의 상태를 가족에게 늦게 전하면서 부인과 네 명의 자녀는 하그로브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지 못했다.

하그로브의 죽음은 마이크 더간 디트로이트 시장이 연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에서 알려졌다. 또 그의 영상이 남긴 경고도 현지 언론을 통해 재조명됐다. 다만 하그로브가 어떤 경로로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