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중 중퇴→졸업’ 학력 정정 구한 탈북민… 法 “국정원 기록이 우선”

입력 2020-04-05 10:20
북한 다큐멘터리 작가 이종걸씨가 2018년 대한민국 국제포토페스티벌에 출품한 '장군의 아들딸들'. 대한민국 국제포토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

탈북민이 ‘고등중학교 3년 중퇴’로 돼 있던 최종학력을 ‘고등중학교 6년 졸업’으로 바꿔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법원은 탈북민의 경우 학력을 입증할 객관적 근거가 없다면 입국 당시 국가정보원의 조사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탈북민 A씨가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학력확인서 정정이 불가하다는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1998년 탈북해 2007년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2017년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를 위해 발급받은 학력 확인서에 최종학력이 고등중학교 3년 중퇴로 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선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이 필요했다. 이에 A씨는 통일부에 최종학력을 고등중학교 6년 졸업으로 고쳐달라고 신청했다.

통일부는 그러나 “객관적 근거가 없고,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A씨 요청을 거부했다. 국정원도 통일부의 요청에 따라 A씨 학력을 재조사했으나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A씨는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탈북자라는 특성상 행정청이 북한 내 이수 학력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고, A씨 또한 객관적 자료로 증명하기 어렵다”며 “입국 당시 국가정보원 신문조사 기록이 그나마 객관적 증거가치로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통일부·국정원과 동일하게 A씨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한국에 와서 국정원에서 처음 쓴 진술서 내용도 발목을 잡았다. A씨는 당시 자신이 나온 인민학교는 입학·졸업 날짜를 적었지만 고등중학교는 입학 날짜만 적었다. 재판부는 “인민학교는 입학과 졸업 날짜를 정확히 적은 반면 고등중학교는 졸업 여부에 아무 기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가 고등중학교에 다녔어야 할 시기에 대해 국정원에서 “더는 살 수가 없어 다른 지역으로 갔다”고 진술한 것 역시 불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진술내용을 보면 고등중 졸업 이전에 이사 등 이유로 학업을 중도 포기했을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