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의료봉사 간다’며 휴원한 뒤 해외여행 간 한의원…자가격리도 ‘무시’

입력 2020-04-04 05:52

경기도 평택의 한 한의원에서 직원들이 대구 의료 봉사를 빙자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문제는 여행 직후 한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을 보였지만 닷새 동안 출근해 다수의 환자들과 접촉, 집단감염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MBC는 이웃 주민과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등을 인용해 경기도 평택시 지산동에 위치한 한 한의원이 대구로 봉사활동을 가겠다며 환자들에게 문자를 발송한 뒤 지난 3월20일부터 23일까지 휴원했지만 확진자가 나와 역학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필리핀으로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의원은 직원들과 해외여행 후 지난달 24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지만, 닷새째인 3월28일 폐쇄됐다. 한의원의 직원인 50대 여성이 평택에서 16번째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한의원에서 일하던 한의사 1명과 직원 4명 모두가 대구로 봉사활동을 간다던 그 기간 필리핀으로 단체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은 입국 다음 날, 발열 등의 의심증상이 있어 검체검사를 받았지만, 자가격리 규정을 어기고 계속 출근해 닷새 동안 환자들과 접촉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해외여행 다녀온 일행 중 한의사도 포함됐냐는 질문에 “포함돼 있다”며 “간호조무사 한 명과 의사 한 명까지 다섯 명이며 확진환자는 접수 담당”이라고 말했다. 해당 직원은 역학조사에서 음식점 등 자신이 방문한 곳을 숨기고 50대 남성과 함께 식사한 사실도 누락했다. 그러나 이 남성도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았다.

때문에 환자와 이웃 등 무려 42명이 자가격리와 능동감시에 들어갔다. 환자와 가족들은 한의원 측이 봉사활동을 빙자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데다 여행 이후 자가격리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까지 올렸다. 평택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여직원의 동선을 공개하는 한편 동선과 접촉자 신고 누락을 이유로 16번째 확진자를 고발했다. 경찰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