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국민을 5000만명으로 가정한다면 지난 2016년 20대 국회 기준 2030 청년층 유권자(19세~39세)는 35.7%였다. 대략 180만명 정도다. 그 중 청년 유권자의 입장을 대변해줄 수 있는 2030 정치인은 고작 3명이었다. 결국 이 3명이 180만명 청년 유권자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4년이 지난 올해 21대 총선에서는 변화가 있었을까.
국민일보 취재 결과 2030 청년 후보자의 비율은 이번 4·15 총선에서도 현저히 낮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자는 총 1116명이다. 이 중 20대는 15명, 30대는 56명으로 2030 청년 후보자의 비율이 6.3%에 불과했다. 반면 50대 후보자는 539명, 60대 후보자는 289명으로 전체 후보자의 74%였다. 그나마 총선에 나온 2030 청년 후보자들도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지방에 몰려 있었다. 대구, 울산, 광주 등 일부 지역은 청년을 대변할 2030 후보자가 전무하거나 1명이었다.
비례대표 후보자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전체 후보자 307명 중에 20대는 12명, 30대는 34명으로 2030 청년 후보자 비율은 14%였다. 50대 이상의 후보자 비율이 전체 61%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은 청년 영입 인재에 심의를 기울였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아는 게 없는데 무슨 정치야”
정당에서 활동 중인 2030 청년 당원들은 정치에 참여하기 힘든 이유로 전문성과 경험 부족을 꼽았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김대영 부위원장은 “물론 저도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 당원이 됐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직까지는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함부로 나서기 두려운 면이 있다”고 전했다.
김 부위원장에 따르면 청년들이 한 정당의 당원이 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정당 어플리케이션에서 회원정보만 입력하면 누구나 쉽게 당원이 될 수 있다. 까다로운 서류 절차나 압박 면접은 없다. 이렇게 간단한 절차를 통해 입당할 수 있지만 막상 정치적 활동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을 때 함께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다수는 “내가 무슨 정치야” “내가 아는게 많이 없는데 어떤 도움이 되겠느냐” “경험과 지식이 없어서 자신이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저자 안성민씨는 청년들의 정치적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당내 청년 정치인 육성 시스템을 강조했다. 당 차원에서 2030 인재들을 일찍부터 발굴해서 실무를 가르치고 육성을 한 뒤 제도권 정치에 들어가게 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노력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14년부터 ‘청년정치스쿨’을, 정의당은 2017년부터 ‘청년정치학교’를 진행 중이다. 모두 당 차원에서 청년들의 정치 교육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자유한국당 역시 청년국회보좌진 양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5일간 실무 교육을 한 뒤 국회의원실에 배치해 정치적 경험을 쌓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청년정치 교육은 아직 멀었다는 의견이 많다. 대부분은 유명 인사를 섭외해 한 두번 강의를 하고 마친다. 정책제안이나 설계, 논평 준비와 같은 기성 정치인이 됐을 때 필요한 실무적인 교육 내용은 거의 없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 장경태씨는 “더불어민주당 내에 신입 교육, 당원으로서의 활동, 당직 활동, 공직 후보자 출마까지 4단계의 대략적인 과정은 있다”면서도 “당장 정치인을 꿈꾸는 청년들이 입당을 해도 정계에 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청년 정치인을 위한 실무적인 교육 체계가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선거 한 번 나갈 때마다 수억씩 깨져요”
과도한 선거비용 역시 청년들의 정치진입을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다. 실제로 총선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총선 경선 비용, 기탁금, 각종 여론조사, 사무실 임차, 포스터와 현수막 제작, 선거운동원 인건비, 차량과 앰프 사용료 등이 필요하다. 모든 비용을 합하면 국회의원 선거에 드는 비용은 ‘억 단위’이다.
오태양 미래당 공동대표는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하려면 기본적으로 기탁금 1500만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내야 한다”며 “이외에도 후보자가 선거에 치르는 비용 1억5000만원과 수천만원의 공천 경선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선거에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수억원이 넘는다. 금수저 출신의 청년이 아니라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도 이에 동의했다. 박 의원은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보니 정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여건이 안 된다”며 “이들이 정치적 도전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기탁금과 선거비용보전 비율 등 금전적인 부분이 좀 더 유연하게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정당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청년 정치인들의 선거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20대 경선 후보자에 대해서는 경선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30대 경선 후보자는 절반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공천이 확정된 청년 후보에게는 선거비용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역시 지역구 공천 후보자 중 2040세대 후보자를 최대 30%까지 공천하기로 했다. 20대 후보자의 공천심사비는 전액 면제하고 경선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30대 청년 후보자는 공천심사비를 50% 감면하고 경선 비용을 50%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의 경제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여전히 선거비용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학생위원회 전용기 위원장은 “당에서 선거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최소 2000~3000만원 정도는 본인이 스스로 선거비용을 내야 한다. 청년들에게 그만한 돈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청년 정치? 아직 갈 길 멀었죠”
청년 당원들은 당의 교육적·경제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정치 참여율이 낮은 것에 주목했다. 이들 모두 인재 육성 시스템 마련과 청년 정치인을 위한 재정적 확대를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김대영 부위원장은 최근 청년 인재 영입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 어떤 정당에서도 인재를 직접 발굴하고 육성하는 곳은 없다”며 “결국 원종건씨 사건도 결국 외부에서 인물을 끌어왔기 때문에 발생했다. 정당 차원에서 예비 정치인들을 발굴하고 오랜 시간 양성한 뒤 내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전했다.
청년들을 위한 정치 교육 내용 변화도 강조했다. 그는 “당이 어떤 철학을 갖고 있고 어떤 정치와 어떤 정책에 기조를 두는지 많은 청년들이 알지 못한다. 기본적인 내용부터 예비 정치인들에게 설명하고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까지 선거캠프에서도 청년들이 해온 일은 대부분 춤을 추거나 응원하는 정도였다. 청년들이 실무자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정치 체계를 이해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청년 정치 활성화를 위해 당 차원의 경제적 지원을 확충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전국청년위원장은 “공천에서 선거비용까지 들어가는 돈이 한두곳이 아닌데 청년들을 위한 좀 더 다양한 경제적 지원제도가 있어야 한다”며 그 중 하나로 ‘청년추천보조금’ 제도를 꼽았다. 청년추천보조금 제도는 지역구에 청년을 많이 공천하는 정당일수록 정부가 높은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또 “현재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정당 국고보조금의 10%를 여성정치발전기금으로 쓰고 있다”며 “이를 벤치마킹해 정당 국고보조금의 5%를 차지하는 ‘청년정치발전기금’ 제도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당 차원에서 현재 청년들을 위해 경제적 지원을 꾸준히 하고 있음에도 청년들이 정치하기 어려운 것은 현실”이라며 “청년정치의 활성화를 위해 정치적·경제적 지원책이 심도있게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설희·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