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평화와 통일 이야기 하기 전에 4·3 아픔 먼저 동참해야”

입력 2020-04-03 18:36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3일 제72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제주도청 공동취재단 제공>

제72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4·3특별법 개정 작업이 3년째 표류 중인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정치권과 국회에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국가 추념식으로 거행된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2018년 이후 2년만에 참석해 4·3 영령을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념사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의 기반이 되는 배·보상 문제를 포함한 ’4·3특별법 개정’이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다”며 “법에 의한 배·보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딘 발걸음에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희생자·유족에 대한 배·보상과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 등 4·3 미완의 과제를 담고 있다. 2017년 12월 오영훈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이후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에는 여야가 법안 세부 내용에 대한 협상을 마치지 못해 심사가 보류됐고, 올해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한번도 다루지 않았다. 20대 국회 기간 처리되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폐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4·3은 제주만의 슬픔이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아픔”이라며 “우리가 평화와 통일을 꿈꾸고, 화해하고 통합하고자 한다면 제주의 슬픔에 먼저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제주 4·3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가 그날, 그 학살의 현장에서 무엇이 제주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생존희생자는 물론 1세대 유족도 일흔을 넘기고 있다”며 “그 날을 기억하는 목격자들이 모두 고령인 상황에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4·3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정치권과 국회에 당부했다.

이달 말 제주에 문을 여는 4·3트라우마센터에 대해서도 “제주도민들이 마음속 응어리와 멍에를 떨쳐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관련 법률이 입법화되면 국립 트라우마센터로 승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추념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역대 최소 규모로 진행됐으나 추모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추념식에는 유족과 주요 정당 대표, 제주지역 주요 기관장, 4·3단체 관계자 등이 자리했다.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은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