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고사 위기에 처한 항공업계를 대상으로 한 추가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각국마다 입국금지 및 제한조치가 잇따르면서 국적 항공사들은 ‘셧다운’ 위기에 봉착했다.
비상상황에 돌입한 항공업계는 희망퇴직 및 휴직, 계약해지 등으로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부의 추가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산업은행을 통해 저비용항공사(LCC)에 40억~300억원을 지원한데 이어 추가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 주재로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대기업 가운데서도 우선 난관에 봉착한 항공업에 관해 면밀히 경영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필요한 조치들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채권지급 보증이나 무담보 저리대출 확대, 세금감면 등 항공업계의 요청사항을 포함한 대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항공업계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동시에 자구책으로 생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수습 부기장 80여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750명을 정리해고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대한항공도 전체 승무원을 대상으로 단기 희망휴식 신청을 받는 등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산은을 통해 제주항공(400억원)과 진에어(300억원), 티웨이항공(60억원), 에어서울(200억원), 에어부산(300억원) 등을 지원했다. 이달 중에는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에어부산에 최대 280억원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 티웨이항공에 추가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LCC에서 대형항공사로 피해가 확대되면서 업계의 추가 지원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항공협회는 이날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에 ‘항공산업 생존을 위한 호소문’을 보냈다. 항공협회는 항공 안전과 업계 이익 증진을 위해 설립된 단체다.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제주항공 등 LCC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항공협회는 호소문에서 “국내 항공산업 기반이 붕괴되고 있으며, 84만명의 항공산업과 연관산업 종사자들이 고용 불안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항공사와 임직원은 유·무급 휴직, 자발적 급여 반납 등 고통을 분담하며 뼈를 깎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나 코로나19는 우리 항공 산업기반을 붕괴시킬 정도로 강력하다”고 우려했다.
협회는 이어 “전체 항공사에 대한 무담보 저리대출 확대와 채권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등 대규모 정책자금 지원 확대는 물론 항공기 재산세 면제 등 각종 세금감면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세계 181개국이 한국발 입국 금지·제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이 여파로 국제선 여객은 96% 급감했고, 국내선 여객은 60%까지 떨어졌다. 국적 항공사 여객기 374대 중 324대(86.6%)가 멈춰 있는 상황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전 세계 항공사의 매출 손실이 2520억 달러(309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면서 각국 정부의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항공산업 지원을 촉구했다.
한편 금융위는 대기업에 대한 금융지원과 관련, ‘자구 노력’을 거듭 강조했다. 대기업은 내부 유보금 등 가용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1차적으로 거래은행 및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러한 노력에도 여의치 않을 경우, 정부 지원프로그램을 이용하되 미 연방준비제도 등 외국 사례처럼 금리, 보증료율, 만기 등에서 일정 부분 부담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로서는 자구노력과 유동성·재무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여부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