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지 소유자 A는 농지법에 따른 처분명령을 회피하기 위해 B와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B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A가 사망함에 따라 원고 C가 이 농지에 관한 A의 권리를 상속하였고, 피고 D는 B가 사망함에 따라 상속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원고 C는 피고 D를 상대로 농지에 관해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누구 손을 들어줬을까? 원심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하여 등기가 마쳐졌다는 것만으로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했다. 대법원에서도 같은 의견으로 피고의 상고를 기각했다(대법원 2013다218156).
이 사안의 핵심 쟁점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였다.
부동산실명법은 제4조에서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이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불법원인급여에 대해서는 민법 제746조에서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관 다수의견은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는 바, 이는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신탁자로부터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지는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부동산 소유권은 그 등기와 상관없이 명의신탁자에게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또 “명의신탁에 대하여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한다면 재화 귀속에 관한 정의 관념에 반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그간 판례의 태도에도 합치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협조한 명의수탁자의 불법성도 작지 않은데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명의수탁자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것은 정의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의견(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한다.
부동산 명의신탁을 반사회적 행위로 보아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력을 무효라고 규정한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되었는데도 대법원은 계속해서 명의신탁자의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반환청구 등의 권리행사를 대부분 받아들였고, 그 결과 여전히 명의신탁약정은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실명법 제정 20여년이 경과한 현재 부동산실명제는 금융실명제와 함께 하나의 사회질서로 자리를 잡았고, 재산거래에서 투명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회 일반인의 인식이 형성되어 이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라는 불법성에 관한 공통의 인식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소수의견은 “따라서 법이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금지규범을 제정하고 처벌규정을 두었다면, 사법부로서는 법 위반 당사자에 대하여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가능한 방법을 통해 위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아니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다수의견도 부동산 명의신탁을 규제할 필요성과 현재의 부동산실명법이 가지는 한계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한다”며 “반대의견과 같이 구체적인 사건에서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법원이 판단하는 방법이 아니라 입법적 개선을 통하여 해결해야 한다”고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